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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집은 감옥"…박근혜 전 대통령 24시간 감시가 알 권리?
삼성동 사저 주변 진친 언론 사생활 침해 심각…언론 혐오증 부추겨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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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3-16 09: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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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논설주간
"언론에 호소합니다.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부탁합니다. 그것은 제게 남은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입니다. 저의 집은 감옥입니다. 집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저의 집에는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카메라와 기자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친척들도, 친구들도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신문에 방송에 대문짝만하게 나올 사진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상한 해설도 함께 붙겠지요…(중략) 언론에 부탁합니다. 제가 방안에서 비서들과 대화하는 모습, 안 뜰에서 나무를 보고 있는 모습, 마당을 서성거리는 모습, 이 모든 것이 다 국민의 알권리에 속하는 것일까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저의 안마당을 돌려주세요. 안마당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자유, 걸으면서 먼 산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최소한의 사생활이라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어느 날 봉하마을 자택 주변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등 언론 취재에 시달리던 고통을 호소하며 쓴 글이다. 이런 언론의 하이에나 떼 같은 근성을 두고 좌익언론의 편집국장은 "언론은 전직 대통령 비리 의혹을 '파파라치 수준'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약 8년 후인 지금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삼성동 사저 건물 옥상을 점령한 언론사 카메라가 먹잇감을 노리듯 24시간 박 대통령을 감시하듯 지켜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노무현 때와 같은 것이 또 하나 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하던 검찰이 거의 매일 같이 진행 상황을 브리핑해가며 임기 초반인 이명박 정권에 열심히 충성했던 행태 말이다. 이번엔 최서원 사건으로 피의사실공표라는 불법행위에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협박까지 8년 전 그때보다 훨씬 더 심한 정치검찰로서, 유력해 보이는 미래권력인 야당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고 있는 중이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어린이가 경찰과 쳐놓은 폴리스라인과 집회참가자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 혐오증 부추기는 언론의 가학적 상업주의

노무현의 극단적인 선택에 언론 책임이 없다고는 못할 것이다. 노무현은 자기 집을 감옥처럼 만든 언론에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의 감옥 생활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부터 상당한 시간동안 사찰이나 감시에 가까운 취재열기에 시달릴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성격 상 노무현처럼 사생활을 지켜달라는 호소글을 인터넷에 쓸 것 같지도 않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누명을 벗겠다는 본인 의지가 강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아군이 많았지만 노무현도 막판엔 그렇게 싸우던 언론에 매달렸다.

탄핵정국에서 보듯 박근혜는 언론으로부터 무조건 미움을 받았던 대통령이었다.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도 온갖 악의적 해석을 달아 매도하던 언론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대통령을 미워하고 저주를 퍼붓던 언론은 이제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불행했다며 빤한 수작들을 부리기 시작했다. 때만 되면 '또 시작하는' 습관성 자학이다. 언론은 그런 틀에 박힌 쇼를 할 게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란 핑계로 인간적 권리를 빼앗지 말아달라는 노무현을 기억해야 한다.

감시카메라에 만일 하품이라도 하는 모습이 찍힌다면 언론들은 또 어떤 저주성 기사들을 창작해낼 것인가. 언론의 개떼 근성이 계속해서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가 아니라 언론의 가학적이고 변태적 상업주의가 성공한 대통령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 노무현 때 당한 것 이상으로 갚아주겠다는 보복심에 눈먼 좌익언론이나 개념 없는 우익언론 모두 과잉취재는 자제해야 한다.

수많은 시간 동안 단 몇 초 내지 몇 분에 불과할 팔짱 낀 사진 한 장으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세상에 둘도 없는 오만한 권력자로 만든 왜곡선동은 그만해야 한다. 조작기사로 탄핵까지 시킨 마당에 박근혜가 아무리 미워도 관에 대못까지 치겠다는 행태까지 국민이 이해할 리 없다.

국민의 알권리와 가학적인 관음증은 구별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사저까지 찾아가 주변을 24시간 감시하는 행태는 국민의 언론 혐오증을 부추길 뿐이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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