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가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가 불거진 뒤 24대의 문서 파쇄기를 구입했다는 주장이 야당 일각에서 나왔지만 청와대는 “사용 연한이 다 된 기기를 교체하기 위해 전년도에 결정된 구매예산에 따라 구입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최순실 PC 보도 이후 24대의 문서 파쇄기를 집중 구입했다”며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백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3월~현재까지 청와대 납품 물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는 최순실 PC가 보도된 직후 4차례에 걸쳐 문서 파쇄기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태블릿PC가 보도된 다음날 6대, 정호성 청와대 전 비서관 등이 구속된 다음날 6대, 제2의 최순실PC 확보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6대,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이 나온 다음날인 2월2일 6대를 구입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파쇄기 구입이 아니라 교체”라면서 “이번에 교체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구입한 파쇄기 중 사용연한이 다 된 것”이라고 말했다. “파쇄기 사용연한이 11년인데 오래된 것을 그대로 썼더니 소음이 심해서 도저히 사용 못할 상황이어서 교체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전년도에 편성된 구매예산계획에 따라 교체한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갔다. 갑자기 없애야 할 문서가 많아져서 파쇄기를 구입한 것이 아니고, 그런 식으로 청와대 예산을 쓸 수도 없다는 의미이다.

파쇄기 교체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6년 2월 이후부터 2017년 2월까지 29대가 교체됐고, 올해 10월 이후 26대가 교체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6년의 경우 그 전년도에 작성된 구매예산에 따라 17대를 구입했고, 2017년의 경우에도 역시 전년도에 작성된 구매예산에 따라서 12대를 구입했다”며 “그러니까 2016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모두 29대가 구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가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가 불거진 뒤 24대의 문서 파쇄기를 구입했다는 주장이 야당 일각에서 나왔지만 청와대는 “사용 연한이 다 된 기기를 교체하기 위해 전년도에 결정된 구매예산에 따라 구입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또 “언론에서 2016년 10월부터 집중 구입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던데 (사실과 다르다)”며 “참고로 김대중 정부 때는 19대였고, 노무현 정부 때는 97대, 이명박 정부 때 27대, 박근혜 정부 때 39대 문서 파쇄기를 구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문서 파쇄기를 갑자기 새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 있는 문서 파쇄기를 정부와 관계없이 사용을 이어가다가 연한이 되면 교체한 횟수가 그렇게 된다는 것”이라며 “언론이 제기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문서 파쇄기를 집중 구입했다는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고,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매 정부와 상관없이 청와대에 구비돼 있는 문서 파쇄기는 180대 정도로 사용연한이 다 되는 순서대로 교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수치로만 보면 오히려 노무현 정부 때 파쇄했어야만 하는 자료 수요가 많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 정부 때 대량 구입한 파쇄기들이니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왜 구입했는지 더 잘 것 아니냐”라며 어처구니 없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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