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대기업과의 뇌물수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SK그룹 전·현직 최고위 임원들을 전격 소환하자, 관련 대기업과 재계의 긴장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박영수 특검팀 수사가 종료된 뒤 사건을 이어받은 검찰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기업 수사 재개를 본격화 한 것이다.

   

18일 재계와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6일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영태 전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등 SK그룹 전·현직 임원 3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최태원 회장의 특별 사면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간의 대가성 여부, 2015년 11월 면세점 재승인 심사 과정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24일 김창근 전 의장과 단독 면담에서 최태원 회장의 사면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단독 면담을 한 지 20여일이 지난 8월 15일 최태원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받아 출소했다. 최태원 회장은 수백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년 7개월째 복역 중이었다.

SK그룹은 같은 해 11월 미르재단에 68억원을 출연했고 이듬해 2∼4월에는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을 냈다. 이들 재단 설립에는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깊숙이 관여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를 며칠 앞두고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최태원 회장 사면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자료를 SK그룹에서 받아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정황도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을 며칠 앞두고 김영태 SK 부회장(당시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교도소를 찾아가 최태원 회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도 그의 사면을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형희 대표는 2015년 SK텔레콤 부사장으로 있던 시절 청와대의 중소기업 제품 납품 주선 의혹과 관련해 안종범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SK는 "최 회장이 사면받을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서로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면세점 특혜' 등과 관련된 기업으로 지목되는 롯데그룹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도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출연한 데다, 지난해 5월 말에는 K스포츠재단의 '하남 엘리트 체육 시설 건립' 계획에 7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 압수수색(6월 10일) 하루 전인 6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돌려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출연의 대가로 지난해 3월 14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뒤 롯데가 바라는 대로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 발급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롯데그룹도 SK그룹과 마찬가지로 "면세점 특혜 등과 재단 출연 또는 추가 지원은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그간의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다음주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 앞서 정부 관계자 조사와 함께 기업 수사도 신속히 진행해 뇌물공여 의혹의 핵심 사실관계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