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서울올림픽 후 운전면허증 교환 거부…교통사고 사망 1위 탓?
   
▲ 이석원 언론인
처음 스웨덴에 오면서 한국에서 준비하던 것 중 가장 신경 썼던 일이 국제운전면허증이다. 국제운전면허증은, 한국의 운전면허증이 외국의 것과 교환이 되지 않을 경우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운전을 하기 위한 증명이다. 운전면허증과 여권만 있으면 한국 내 어느 경찰서에서든지 약간의 수수료(8000원 정도)만 지불하면 발급해 준다.

국제운전면허증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합법적인 운전면허증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것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안되고 반드시 국제운전면허증과 국내 운전면허증, 그리고 여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국제운전면허증의 유효기간은 딱 1년, 365일이다.

물론 해외여행의 경우 대체로 비자 없이 체류가 가능한 3개월 안쪽이기 때문에 1년짜리 국제운전면허를 가지고 다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게 이민이나 유학, 워킹 홀리데이나 해외 주재일 경우는 문제가 된다. 1년이 지나면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니 운전을 하지 말든지, 아니면 한국에 나와서 다시 발급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세계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이나 미국 등은 물론 독일이나 덴미크 등 유럽 국가에서도 해당 국가의 거주 비자(거주 허가증)가 있다면 한국의 운전면허증을 현지 운전면허증과 시험 없이 교환할 수 있다. 그런데, 스웨덴은 안된다.

   
▲ 국제운전면허증은 한국의 운전면허증을 현지 운전면허증과 시험 없이 교환할 수 있다. 그런데 스웨덴은 안된다.

물론 스웨덴도 이전에는 한국 운전면허증을 현지 운전면허증과 교환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1988년, 그것도 서울올림픽 이후로 스웨덴 정부가 운전면허증 교환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뚜렷한 이유는 아는 사람이 없다.

다만 스웨덴 이민성 등에 문의해보면 "한국과 스웨덴 간에 교환에 대한 수요가 비슷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라며 말을 줄인다. 즉, 한국인이 스웨덴에서 운전면허증을 교환하려고 하는 것과 스웨덴인이 한국에서 운전면허증을 교환하려는 것의 차이가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스웨덴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중국, 태국이나 인도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의 운전면허증을 교환해 주고 있다. 심지어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일본도 아무런 조건이나 절차 없이 운전면허증을 스웨덴의 것으로 바꿔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웨덴으로 처음 이민이나 유학, 현지 주재 등으로 온 사람들은 1년짜리 한국에서 받아간 국제운전면허증에 의존해야 하고, 1년 후 다행히 스웨덴어나 영어 실력이 되는 사람은 스웨덴 운전면허 시험을 보고 운전면허증을 딴다, 또 그나마 1년 안에 한국에 나갈 일이 있는 사람은 다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부받아서 다시 '시한부 면허증 소지자'가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면허자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 스웨덴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 운전면허증을 바꿔주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해 스웨덴 속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이야기가 들린다.

1988년 이전 스웨덴에서 한국, 특히 남한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스웨덴은 6.25 참전국이고, 현재 서울에 있는 국립 메디컬 센터가 6.25 당시 스웨덴이 설립한 야전 병원에서 시작된 것이고, 또 판문점에는 스위스와 함께 영세 중립국인 스웨덴의 군인도 중립국 감시위원단으로 들어와 있다.

그런데도 스웨덴에서 한국은 생소한 나라였다. 그저 입양아가 많은 나라 정도가 한국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러다가 88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당시 올림픽 선수단과 함께 한국에 온 스웨덴 교통 당국자들이 서울의 교통 상황, 즉 난폭 운전자, 무질서한 도로 교통 등을 보고 스웨덴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한국인들이 일정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않고 스웨덴에서 운전을 한다면 안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즉 세계 교통사고 사망 1위 국가의 교통사고 바이러스가 스웨덴에 전염될 수 있다는 염려? 이 때문에 스웨덴이 88 올림픽 이후 한국의 운전면허증을 교환해주지 않게 됐다는 얘기가 교포 사이에서는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스웨덴 정부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스웨덴의 그 어떤 언론도 이를 입증하는 기사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왜?"라는 우리들의 질문에 그 누구도 시원한 답을 해주지 않는다.

   
▲ 세계 교통사고 사망 1위 국가의 교통사고 바이러스가 스웨덴에 전파될까봐 스웨덴은 88올림픽 이후 한국의 운전면허증을 교환해주지 않게 됐다는 얘기가 교포 사이에서는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스웨덴에 대한 우리 젊은이들의 관심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높다. 20대 청년들의 워킹 홀리데이 선호국가로도 스웨덴이 상위권에 들고, 30대 대기업 직장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이민 대상 국가로 스웨덴을 꼽았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네이버 카페 중 '스웨덴 에브리땅'이라는 카페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이 스웨덴 워킹 홀리데이나 스웨덴 이민을 문의한다.

그리고 현재 주요 북유럽 4개국(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중에서 우리 재외교포가 가장 많은 곳이 스웨덴이다. 다른 나라들이 기껏해야 수백 명에서 1000명 남짓인데 비해 스웨덴은 2800여명의 한국인이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도 운전면허증 하나를 제대로 교환하지 못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이것은 한국의 정부, 외교부가 풀어야 할 문제다. 운전면허증 교환이 안되는 이유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외교적으로 풀어서 해결해 줘야 한다. 스웨덴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곳은 스웨덴의 공공기관이 아니라 주스웨덴 한국대사관이라고 한다. 한국 대사관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적지 않다.

처음 스웨덴에 들어와서 성당에서 만난 한국인 신자들에게 한국 대사관에 대해 물으면 한결 같이 나오는 대답이 "거긴 우리를 위해 있는데 아닌데…"다. 이런 교포 사회의 불신도 불식시켜야 한다. 그 척도는 어쩌면 운전면허증 교환 가능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석원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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