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최근 사생활 정보 노출로 인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도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견본주택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중개업자들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불법이 판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도 개인정보 관리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자가 최근 한 견본주택을 방문하고 받은 광고 문자. 기자는 견본주택 방문 당시 개인정보를 기재한 사항이 없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건설사나 사업시행자들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의 조기 판매를 위해 고객권유 마케팅(MGM)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MGM은 견본주택 인근 공인중개사들이 추천한 고객(개인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실제 계약을 체결하면 분양대행사 등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견본주택을 방문하고 나오는 예비청약자들에게 접근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들로, 때에 따라서는 무더기로 몰려들기 때문에 짜증스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도 다반사다.

MGM 자체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이 방문객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수집한 뒤 이를 동의없이 제 3자에게 넘기는 것이 문제다. 

MGM업자들이 방문객들에게 내놓는 연락처 기입란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재하는 공란밖에 없다. 분양대행사 등 제 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데 동의하느냐 하는 문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개인정보를 제3자(분양대행사)에게 제공해 수수료를 받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동의 없이 유출하는 것은 관련법에 저촉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정보 제공을 꺼려하는 상황이 늘어나자 최근에는 개인정보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신종 '알바'까지 생겨나고 있다.

분양단지 인근 일부 중개업자들이 직접 MGM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알바를 고용해 주차된 차량에 부착된 비상연락망을 적게한 뒤 정보를 취득하는 방식. 관람객 가운데 상당수가 차량 운전대 앞 유리창에 명함 등 연락처를 부착하고 있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세종시 인근 P부동산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대부분 개인정보 유출을 꺼려하기 때문에 인기 단지를 제외하고는 MGM 자체가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일부 중개업자들이 단합해 알바를 고용, 주차된 차량에 적힌 번호를 수집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분양단지를 방문했던 기자도 실제 개인정보를 기재한 적이 없는데도 분양홍보 문자를 받는 등 견본주택 현장을 통해 벌어지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MGM 활동을 건설사들이 활용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주차된 차량에서 무작위로 정보를 습득한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며 "견본주택 인근의 주차장에서 불법으로 행해지는 데 대해서는 건설사들이 적극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과 관련된 궁금한 내용이 있거나 문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마련된 견본주택 내에서 개인정보사항을 기입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