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지팡이까지 휘둘러...카메라 앞에서 당당한 서미경
   
▲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첫 정식 재판에 공동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20일 진행된 롯데그룹 경영비리 재판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다시금 확인한 자리였다. 특히 재판 내용보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가 30여년 만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비추면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정각에 시작한 재판에 20분 가량 늦게 도착했다. 고령에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재판장이 기본 인적 사항 등을 물어보자 "이게 무슨 자리냐"고 물었다. 

변호인이 "검찰 단계에서도 제대로 기억을 못하셔서"라고 하자 재판장은 "재판중이라는 걸 잘 모르시냐"고 물었다.

올해 만 95세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은 기억력 장애 등이 있어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 개시 결정이 났고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은 이 결정에 항고를 한 상태다. 또 신 총괄회장은 몇 년째 치매약을 복용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재판장이 신 총괄회장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는거냐"고 묻자 신 총괄회장은 "누가 회장님을 기소했냐, 여기 계신 분들이 누구냐고 물으신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신 총괄회장 측이 공소사실에 대한 부인 입장을 모두 밝히자, 신 총괄회장 측에 "퇴정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신 총괄회장은 수행원들이 휠체어를 밀며 이동하려 하자 제지하고는 변호인과 다시 말을 주고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대화를 나눈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이 회사는 내가 100% 가진 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고,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라고 전달했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 총수 일가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 총괄회장은 변호사에게 "책임자가 누구냐. 나를 이렇게 법정에 세운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 밖으로 발을 내딛으며 퇴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흥분한 신 총괄회장은 지팡이를 휘두르기도 했다.

또 이날 재판에서 주목을 끈 인물이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다. 서씨는 이날 오후 1시32분쯤 가장 먼저 법원에 도착했다. 검은색 안경에 정장 차림의 서씨는 포토라인에 잠시 섰지만 아무 말도 없이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은둔 생활을 해왔던 서씨는 피고인으로서 공판에 나오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를 의뢰하겠다는 재판부 방침에 결국 출석했다.

서씨는 1972년 제1회 미스롯데에 선발되며 롯데제과 전속모델로 활약했다. 이후 드라마 출연과 잡지 모델 등으로 맹활약했다. 1981년 유학을 떠난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고 1983년 신 총괄회장과 사이에서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을 낳았다. 

서씨는 이후 공식 활동을 하지 않으며 주로 일본에서 머무는 등 철저히 은둔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는 지난해 롯데비리 수사 당시에도 검찰 측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9월 서씨에 대해 여권무효 조치를 포함한 강제추방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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