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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아젠다 '리셋 코리아'의 실체와 위험한 시나리오
탄핵정국과 꿰맞춘 듯…갈등과 분열로 국가 혼란만 부추겨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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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3-21 09: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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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논설주간
전 중앙일보 JTBC 회장 홍석현 씨가 국가적 아젠다로 제시한 '리셋 코리아'란 무엇인가. 그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사내 임직원에 보냈다는 이메일에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광장은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고민의 일단으로 제시했던 것이 바로 '리셋 코리아'였습니다. 국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비약해서 '다 함께 잘사는 나라', '매력 있는 국가'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그 기본 정신입니다."

홍 씨가 말하는 광장의 실체가 무엇인지 이미 1월에 구체적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1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리셋코리아: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 환영사에서 홍 씨가 한 발언들이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어떻게 하면 촛불에서 확인된 민심이 하나로 모여 희망찬 나라가 다시 설 수 있을까" "'이게 나라냐' 하는 말이 어느새 유행어가 되었다. 하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 "고민 끝에 작은 결론을 내리게 됐다. 바로 '리셋코리아'다.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광장의 요구와 분열적 리셋 코리아

홍석현의 촛불 찬양은 필자가 이미 1월에 지적한 적이 있다. 이를 테면 "우리는 이미 광화문 촛불에서 집단 지성의 힘을 확인했다. 촛불의 에너지를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와서 시민이 국가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보수, 진보의 기득권 적폐도 깨야한다. 지긋지긋한 진영 논리도 깨야 한다. 패거리 문화가 남아 있는 한 진정한 사회 통합은 어렵다" "몇몇 지도자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아니라 온 시민이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이 원하는 나라, 시민이 원하는 미래를 시민이 나서서 디자인해보자" 등의 발언이다.

필자는 이런 홍석현의 발상이 대한민국의 현 체제를 기득권자들의 부조리와 폐단이 낳은 불의한 체제로 보고 뒤집어보겠다는 혁명적 사고를 했던 노무현을 닮았다고 했다. 두 달 여가 지난 지금 홍 씨의 사고에서 변화가 있었던 것은 광화문 광장 촛불 찬양 위주에서 서울광장의 태극기를 슬쩍 얹어 놓은 것뿐이다.

홍 씨는 광장은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리셋 코리아를 제시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광장의 요구냐가 중요하다. 그런 광장의 요구대로 대한민국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촛불광장과 태극기광장의 요구는 극단적으로 상반된다. 촛불광장은 증거없는 대통령 누명탄핵으로 법치국가로서 정치체제를 불안하게 만든 광장이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기면 민심과 국민의 이름으로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탄핵할 수 있도록 길을 연 흉포한 광장이었다. 헌법과 법률의 근간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계기를 만든 광장이었다. 우리 안보를 위한 북핵 대비 사드배치를 반대하고 북한주민보다 북한정권을 더 염려하는 광장이었다.

태극기 광장은 그것과 정반대의 성격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밉고 싫어도 증거 없는 탄핵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모인 광장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 임기를 지켜야 한다는 광장이었다. 증거주의에 의한 재판을 요구하고 법치주의 수호를 외친 광장이었다.

   
▲ 홍석현의 리셋 코리아는 그의 개념정리에 의하면 그야말로 지금까지 쌓아온 대한민국의 유산을 완전히 리셋 할 위험이 농후하다. 진보와 보수가 융합한 새로운 리셋이 아니라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리셋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태극기 집회에 등장한 "JTBC퇴출·홍석현-손석희 구속, 탄핵을 탄핵한다"는 피켓 물결. /사진=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리셋 되어야 할 '리셋 코리아'

홍 씨는 국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고 다 함께 잘 사는 나라, 매력있는 국가가 리셋 코리아의 기본 정신이라고 했지만 막연한 이상주의에 불과해 공허한 얘기다. 헌법과 법치를 흔들어 체제 변혁을 꿈꾸는 광장의 요구와 반대로 그런 위험으로부터 체제 수호를 선언한 광장의 요구는 논리적으로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금체계가 어떻고 청년일자리가 어떻고 하는 극히 미세한 부분이 아니라 이 양립하기 어려운 대전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이 없다. 그저 좋은 말만 갖다 붙인다고 이런 의구심을 덮지 못한다. 홍 씨의 리셋 코리아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 정식으로 출범하면서 구체화됐다.

홍 씨가 외친 리셋 코리아나 대통령 파면 후 중앙일보와 JTBC 회장직을 사임하기까지 홍 씨의 행보는 탄핵정국의 상황과 정확히 맞춘 듯한 어떤 계획성을 보인다. 대권출마설이나 킹메이커설이 도는 작금의 정국에서 보면 리셋 코리아는 그야말로 홍석현의 권력잡기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홍석현의 리셋 코리아는 그의 개념정리에 의하면 그야말로 지금까지 쌓아온 대한민국의 유산을 완전히 리셋 할 위험이 농후하다. 진보와 보수가 융합한 새로운 리셋이 아니라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리셋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외적 위기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더욱 부추겨 국가적 카오스의 상태로 빠질 수 있다.

홍 씨가 킹이 되려 하던 킹메이커가 되려 하던 리셋 코리아는 실현 가능성도 없고 실현되어서도 안 되는 위험할 몽상에 불과하다. 포럼이나 재단을 만든다고 하니 앞으로 홍 씨가 말하는 리셋 코리아의 구체적 설계도는 앞으로 더 공개될 것이다. 그의 행보에 따라 더 철저하게 검증돼야 하겠지만 적어도 촛불광장의 민심에서 시작됐다는 고민이 응축된 리셋 코리아는 리셋 되어야 한다.

더욱이 북핵 위기와 한반도 통일 문제를 앞둔 우리에게 홍석현이 그리는 식의 리셋 코리아는 위험하다. 그가 그린 리셋 코리아 설계도가 다른 이에 의해 실천되어서도 안 된다. 위험한 이상론이 그럴듯한 당의정을 입고 장마당에 나왔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물건을 알아보는 눈이 있을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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