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야당' 몰빵 지지는 엄연히 비정상…체제위기 상황 직시할 때
   
▲ 조우석 주필
곤혹스럽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한데,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가 그렇다.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에 육박하는 46%로 당당 1위이고, 창당 이후 최고치란다. 역대 야당의 경우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호기록 중의 호기록이다.

일테면 김대중 정부 초창기인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는 지지율 45%이었다. 2004년 노무현의 탄핵 역풍 직후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는 47%까지 치솟았는데, 지금 민주당이 그 수준의 전성기를 누린다.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 성공 이후 한국인은 몸과 마음을 다해 야당 민주당에 '몰빵 지지'를 보내는 중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도한 중앙일보 여론조사(3월18일~3월19일 조사)가 웃기지도 않다. 살펴보니 여당 후보 홍준표(7.7%)가 5위다. 1~3위 그룹인 문재인(34.7%), 안희정(21.0%), 안철수(13.0%)가 몽땅 야당 후보인데, 홍준표는 이재명(8.1%)에도 뒤지는 걸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대중-노무현이 야당의 뿌리란 거짓말

진태령(진짜 태극기 대통령)으로 떠오른 김진태는 이름조차 올라있지 않은 일방적 게임의 연속이다. 물론 대선 드라마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려 한다. 민주당에 몰빵하는 한국인의 정치의식이란 과연 정상인가? 그건 한국사회 '기울어진 운동장'의 결정판이 아닐까? 누구는 말할 것이다.

"정당 선호란 유권자들의 자발적 의사표현인데, 왜 당신이 시비를 거는가?" 글쎄, 그럴까? 지금의 묻지마 야당 지지와 이념 분포란 엄연히 비정상이며, 체제 위기의 차원에서 짚어봐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크게 보아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지금의 민주당은 운동권 정당이다. 건국 이후 적통성(嫡統性)을 유지해온 야당 전통에서 일탈했으며, 이념적 성향은 전성기 시절 일본 사회당보다 왼쪽이다. 일테면 민주당은 주요행사 때마다 김대중-노무현 사진을 걸어놓고 그걸 민주당의 뿌리라고 말하는데, 자기족보조차 잊은 채 이념적 탈선을 감행하는 정당을 항해 한국인들이 묻지마 지지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조병옥-장면은 어디로 보내버렸는가?" 상식이지만, 민주당은 누가 뭐래도 건국 이래 한민당-민국당-민주당을 계승한 한국정치의 중심축이다. 김성수-신익희-조병옥-장면으로 이어진 리더십은 우리 정치의 정통이었다.

그래서 민주야말로 공당(公黨) 중의 공당인데, 보수정당에 이승만·박정희가 있다면 민주정당엔 조병옥·장면이 있었다. 조병옥은 이승만과 함께 공산주의로부터 한국을 지킨 공신이었다. 4·19 이후 집권한 민주당의 장면이 내건 것도 반공강화와 경제 제일주의였고 그게 박정희의 5.16 세력에게 일정한 영감을 줬다.

   
▲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에 육박하는 46%로 창당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당당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대선후보 지지율 1~3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왼쪽),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연합뉴스

조병옥-장면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지금의 민주당은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송두리째 잊어버렸고, 어느새 NL(민족해방)정당으로 변질됐다. 불과 몇 해 전 그 당 의원 임수경이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했고, 이해찬은 북한 내부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헛소리했다.

민주당은 해산된 통진당에 못지않다는 뜻인데, 며칠 전 그 당 대표 추미애가 다시 NL정당의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한밤중에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한 건 명백한 주권침해"라고 망발을 했다. 오죽했으면 동아일보가 사설(3월9일)을 통해 "민주, 어느나라 당인가?"라고 지적했을까? 즉 그들은 미국 민주당의 리버럴리즘 같은 중도개혁 이념과 전혀 무관하다.

김대중이 '새 피 수혈'이라며 운동권 출신을 대거 채운 이래 19, 20대 국회부터 그들은 좌파 민족주의에 사회주의 성향을 가진 섞어찌개 왼쪽 정당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답답하다. 이걸 몰라서 한국인의 대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일까? 모른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그런다면 '한반도의 사회주의화'를 작심했다는 뜻이다.

묻지마 야당 지지를 체제위기의 차원에서 짚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엄중한 한반도 상황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그에 따른 조기 대선의 지금 국면은 통상적인 정치 프로세스가 아니다. 얼마 전 한국자유회의가 분석한대로 국가정체성의 위기 국면이다.

칠레 아옌데 정권의 再版이 곧 닥친다

조중동-종편 등은 대통령을 내쫓은 걸 시민혁명이라고 열심히 포장하는데, 지금 국면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종북 좌익, 저들은 선거를 통한 자발적 체제변혁을 유도할 것이고, 그건 국가전복을 향한 질주의 거대한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걸 가르켜 누구는 중남미 대륙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권을 세운 1970년 칠레 아옌데 정권의 재판(再版)이라고 예견한다.

아니다. 한반도 상황은 그보다 더 나쁘다. 한국만의 정치변화를 떠나 헌법 4조가 명문화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포기와 함께 남북관계도 중대한 변화를 몰고 온다. 그게 민중혁명-체제변혁의 완수인데, 이런 아찔한 상황에서 한국인 대다수가 민주당을 마구마구 지지한다?

아무리 관대하게 봐도 한국인들의 민주당에 대한 몰빵은 비정상이다. 정당 지지율이란 게 주식시세처럼 오르락내리락한다지만, 지금은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87년 체제 이후 왼쪽으로만 달려온 한국사회의 좌경화가 완성단계다. 그게 종종 지적해온 '자살 민주주의'이고, 대한민국 패망의 불길한 징후다. 이걸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는 이조차 드물다.

대선 후보 중에 지금 상황을 꿰고 있는 이는 정치인 중에는 한국당의 김진태-홍준표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무소속의 남재준 후보도 그쪽인데, 그들의  활동이 대중정당 한국당에 영향을 주고, 명색이 1등 정당 민주당에 타격을 주길 나는 원한다.

이왕 시작한 논의이니 다음 회에 한 번 더 이 문제를 다루려 한다. 민주당 이 왜 NL 정당에 불과한지를 그 당의 웃기지도 않는 강령(綱領) 분석을 통해 다시 입증해드릴까 한다. 마침 어제(20일) 문재인이 5.18정신을 헌법 전문(前文)에 수록하겠다는 최악의 공약도 발표했는데 누구도 그걸  문제 삼지 않는다. 그것도 함께 다룰 생각이니 관심 바란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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