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검찰 조사 등 어수선한 상황 속 집중도 하락
변화한 매각 조건에 따른 대규모 자금 확보 어려움
일본 정부 태도 변화에도 주목…입찰 제한 가능성
[미디어펜=홍샛별 기자]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인 SK하이닉스가 각종 대내외 악재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 지난 18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가장 코앞에 닥친 시련은 검찰 수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불러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를 집중 조사했다.

13시간이 넘는 고강도 검찰 조사에서 최 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에 자금을 출연하는 대가로 사면 등의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검찰 수사 압박에 놓인 최 회장이 유연한 대처가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도시바 인수가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인수합병(M&A)인 만큼 최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집중도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급작스럽게 변화한 매각 조건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도시바는 당초 19.9%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도시바는 반도체 법인의 경영권까지도 넘길 수 있는 지분을 매각하기로 급작스럽게 입장을 바꿨다. 

아직까지 최종 조건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업계는 시장에 나올 지분이 최소 50%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일 매각 지분이 100%로 뛸 경우 가격은 약 26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4조원임을 고려할 때, 독자적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비반도체 업계와 손을 잡고 인수에 나서는 방안부터 SK그룹차원에서의 지원, 사모펀드(PEF) 구성, 재무적투자자(FI) 유치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방안은 대만 기업 폭스콘과의 연대하는 시나리오다. 

그동안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관심을 보여 온 폭스콘은 홍하이그룹의 자회사다. 홍하이그룹은 SK와 합작사 'FSK홀딩스'를 설립해 중국 사업을 진행하는 등 사이가 각별하다. 최태원 SK 회장과 궈타이 홍하이그룹 회장 역시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노하우와 15조원에 이르는 홍하이의 높은 현금 보유량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변수는 일본 정부의 태도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기술 유출 및 안보 위협을 명분 삼아 입찰 기업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제기한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의료 장비 및 카메라 제조업체 올림푸스의 지분 매각당시, 올림푸스의 광학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외환·대외 무역법'으로 인수전에 개입한 바 있다. 

   
▲ 도시바의 낸드 플래시는 다양한 응용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그래픽=도시바홈페이지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하고 도시바 인수에 성공하면,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낸드플래시’라는 핵심 열쇠를 쥐게 된다. 

도시바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8.3%의 점유율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끊겨도 자료가 보존되는 특성 때문에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된다. 스마트폰 고성능화 경쟁에 따른 수요 급증 여력이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낸드플래시가 향후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도시바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바는 오는 6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내년 3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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