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이 중도금 대출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신용카드 가입을 사실상 강요하는 등 이른바, '갑질'로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기도 용인에서 분양한 '수지 파크푸르지오'는 한 시중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해주기로 결정됐다. 

정부의 11·24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집단대출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이 단지는 예상보다 쉽게 제1금융권을 찾은 것.

그러나 정작 계약자들은 중도금 대출을 받고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출 과정에서 해당 은행이 계약자들에게 신용카드 가입 등 실적을 위한 상품을 끼워 판매하고 있는 것. 이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조건으로 예금이나 펀드 등의 가입을 강요하는 일종의 '꺾기'다. 

   
▲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 '수지 파크푸르지오' 분양 현장 인근에 걸려있는 현수막.

해당 은행을 찾았던 A씨는 "은행을 방문했다가 신용카드를 만들어야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으면 대출이 어렵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은 시중은행이 이미 시공사의 보증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만큼 사실상 개인의 신용등급 등과는 무관하게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빌미로 이른바, '꺾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중도금 대출) 금리도 4%대에 가까운데 계약자들이 봉이냐"며 "대출을 받으러 왔다가 가입비 등 의도치 않은 돈이 나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은행권의 갑질이 도를 넘어선 것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시 은행이 개인의 신용등급 등에 따라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이라며 "계약자들이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이러한 일을 겪을 경우 건설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올해 분양하는 단지부터 중도금이나 잔금 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이전에 분양한 단지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시중은행이 지난해 분양한 단지에 대해서도 여신심사 강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올해부터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는 단지에 한정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선을 그은 만큼 작년 분양한 아파트 계약자에 대해서는 갑질 횡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 관계자는 "업무상 권유는 할 수 있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며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으면 대출이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에 엄격한 내부 통제를 지시하하면서 꺾기 등 불법행위 적발 시에는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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