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대형사고 친 '바둑이' 송준호...아가메즈 대신 나서 11점 활약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NH농협 2013~2014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이 열린 28일 대전충무체육관.
 
현대캐피탈이 10-7 우위를 점하던 1세트 초반 주포 아가메즈가 코트에 쓰러졌다. 블로킹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레오의 발을 밟고 발목이 뒤틀린 것이다. 
 
아가메즈의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보고를 받은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웜업존에서 대기하던 송준호를 호출했다. 
 
아가메즈가 빠지면서 경기는 삼성화재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듯 했다. 챔프전 출전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송준호로는 첫 번째 공격 옵션인 아가메즈를 대체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송준호는 투입과 동시에 깔끔한 오픈 공격으로 기세를 올리더니 주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상대 블로킹의 빈틈을 노리는 스파이크와 터치 아웃을 적절히 활용하는 공격으로 점수를 쌓아나갔다. 
 
송준호는 2세트 중반 삼성화재 블로킹에 연거푸 막히면서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잠시 주춤한 송준호는 17-12에서 재치있는 터치 아웃으로 재차 상승세를 이어갔다.
 
3세트에서는 블로킹에서도 힘을 냈다. 특히 6-4에서 레오의 후위 공격을 단독 블로킹으로 돌려세우면서 삼성화재의 기를 완전히 눌렀다. 
 
이날 송준호의 기록은 11점에 공격성공률 45.45%. 대비없이 경기에 임했던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0으로 누르고 5전3선승제의 시리즈에서 먼저 웃었다.
 
송준호는 "처음 투입됐을 때는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서 "중간에 블로킹에 막히면서 조금 흔들렸는데 형들이 다독여주고 도와줘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가메즈의 이탈로 송준호의 역할은 시리즈를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발목이 심하게 꺾인 아가메즈는 2차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송준호는 "아가메즈가 없는 자리를 최선을 다해 메우겠다. 조금이나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프로 2년차인 송준호가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해 7월 진행된 컵대회였다. 당시 송준호는 부상 중인 문성민을 대신해 코트를 밟아 팀의 우승을 이끌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당시 연습 때만 잘한다며 '똥개'라는 별명이 붙었던 송준호가 결승전 직후 '바둑이'로 격상된 것은 한동안 화제가 됐다.
 
김호철 감독은 "준호는 라이트에 가면 나무랄 곳 없는 공격수다. 탄력도 좋다"면서 "아직 경험이 없어서 덤벼드는 면이 있지만 라이트에서는 키우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송준호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