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3대 대북제안으로 '평화통일 방법론' 제시

 
박근혜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공과대학 연설을 통해 제안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은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3대 축으로 삼고 있다.
 
이른바 '통일대박론'의 방법론을 제시한 셈인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대북정책을 근간으로 '통일선배' 독일로부터 전수받은 통일 노하우를 오롯이 담아냈다는 평가다.
 
   
▲ 박근혜 대통령/뉴시스 자료사진
 
특히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일회성 '퍼주기'가 아닌 북한의 실질적인 경제발전을 도울 수 있는 대북지원에 나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차원의 경제적 지원도 돕겠다고 자처한 부분이 눈에 띈다.
 
경제적 지원을 고리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냄으로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주변국에도 도움이 되는 통일대박론을 현실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과거 교류협력을 '얼마나 하는 것'에서 '어떻게 하는가'라는 것으로 초점이 변화됐다는 것이 역대 정부와 가장 큰 차이"라면서 "이를 위해 남북 주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며 동질성을 회복하는 과정 및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회성 현물 지원서 탈피…호혜적 남북경협 모색
 
박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경협 확대 제안은 기존에 '남→북'의 일방향으로 이뤄졌던 일회성 물자지원에서 탈피해 경제발전 경험 전수 등 공동발전을 도모하는 호혜적 협력방안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씨뿌리기부터 추수까지 전 과정에서 남북한이 협력한다면 그 수확물 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까지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제안한 '복합농촌단지' 공동조성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단순한 물자 지원이 갖는 한계를 고려, 북한의 농업·축산·산림을 공동개발해 북한 주민들이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자는 취지다. 우리의 농촌개발 경험을 북한과 공유함으로써 보다 큰 규모의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남한이 북한의 교통, 통신 등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면 북한은 남한에 천연자원 개발권을 제공하는 방식의 호혜적 경제협력 모델도 제시됐다. 북한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직결되기 때문에 통일환경 조성을 위한 밑거름으로 쓰인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나아가 이같은 대규모 협력사업은 북한의 인적·천연 자원과 우리의 자본·기술이 결합된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기틀을 마련해 줄 것이며 이는 곧 '통일대박'을 낳게 한다고 박 대통령은 보고 있다.
 
비핵화를 조건으로 국제사회의 경제협력을 지원하겠다는 제안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6년 9월 처음 밝힌 '동북아개발은행' 구상을 이날 재천명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6자회담 당사국과 국제금융기관이 공동출자하는 방식의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 북한의 경제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외에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와 극동지구, 몽골 등도 투자 대상이다.
 
동북아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인데 여기에 드는 막대한 개발금융 수요를 한반도 주변국들이 공동부담하는 것이다. 경제발전을 고리로 남북통일의 이해당사자들을 연결함으로써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협력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핵 폐기에 상응하는 대가로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국제투자 유치를 적극 돕고,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기존 남·북·러 협력사업 외에 신의주를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인도적지원·교류협력으로 통일기반 조성
 
남북간 인도적 문제나 호혜적인 교류사업은 정치적 변수와 상관없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원칙은 이번 제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재차 제안하고 유엔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패키지(1000 days)' 사업을 펼쳐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일회적으로 이뤄졌던 영유아 및 임산부 지원 사업을 패키지 형식으로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통일의 미래세대인 북한의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시대를 여는 가장 확실한 열쇠라고 판단한 듯 하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의 사업,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순수 민간 접촉이 꾸준히 활대될 수 잇는 역사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에도 나설 것임을 피력했다.
 
"북한이 원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운용과 경제특구 개발 관련 경험, 금융, 조세 관리, 통계 등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 간의 이질성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고 남북 간 신뢰 구축의 길을 열어가자는 의미다.
 
이같은 제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대선 공약으로 다뤘던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제시했다. 동서 통일을 이룬 바 있는 독일에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공식 제안함으로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판단이 깔린 듯 하다.
 
◇유화된 대북접근법 취하나
 
박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통일 구상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결국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비핵화 조건과 5·24 대북 제재조치 등에 다소 여지를 남겨 놓음으로써 박 대통령의 대북접근법이 한결 유연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공대 연설 관련 질의응답 자료에서 비핵화 진전 없이도 북한 지역의 인프라 공동 구축에 나서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등 국제규범과 국제사회의 합의를 준수하는 범위내에서 단계적인 협력과 지원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 비핵화의 확실한 진전이 있으면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인프라 건설 등의 경제적 협력에 있어 비핵화 실현을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간 경제교류를 전면 중단토록 한 5·24 조치와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5·24 조치가 유지돼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분단이 길어짐에 따라 민족적 이질감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교류협력과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 등은 국민적 공감대를 기초로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5·24 조치를 조기해제하는 일은 없겠지만 이 때문에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준비작업까지 차질을 빚게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통일대박론의 실현을 위해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남북교류협력사무소의 경우 북한이 계속해서 거부해 온 사안이고 복합농촌단지 조성 등의 경협 이슈는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어서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동북아개발은행도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지 구상 수준에만 머물 것이란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