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재영 기자]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 속 명품 조연들의 활약이 극의 활력을 제대로 불어넣고 있다. 배우 손현주와 장혁의 대립을 중심으로 전개가 흘러가지만 배우 김상호, 라미란, 정만식, 조달환 등 명품 조연들의 열연은 몰입도를 최상으로 높여주고 있다.

'보통사람'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80년대를 배경 속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 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손현주는 다리가 불편한 아들을 수술하기 위해, 또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연수 안기부 실장 규남 역을 맡은 장혁의 암묵적인 제안(연쇄 살인사건 조작)에 개입하며 부를 누리게된다. 

이같은 상황 속 성진의 절친한 형이자 자유일보 기자 재진 역을 맡은 김상호는 연쇄 살인 사건 조작의 진실을 파헤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극중 김상호의 살신성인 열연은 관객들의 안타까움과 눈시울을 제대로 붉힌다. 진실 앞에서 누구보다 강건하고 사명감이 투철한 기자 재진을 연기하는 김상호는 특유의 투박한 인상 속 푸근한 미소로 관객을 사로잡아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그의 얼굴이 아른거리게 만든다.

이와 함께 라미란은 대사 한마디없이 오로지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100% 표현한다. 극중 라미란은 손현주의 아내로 등장하며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불평 하나 없이 살뜰하게 아들과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묵직한 존재감을 펼친다. 그는 그시절 가장 평범한 어머니상을 연기하지만 뻔하지 않은 라미란 특유의 감정 표현은 관객들에게 남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또 정만식은 대한민국을 뒤흔들 사건을 기획하는 안기부 차장이자 규남의 상사 신용수 역을 맡아 권력의 실세를 제대로 뽐낸다. 1980년대 어두웠던 권력층의 부조리한 단면을 정만식은 길지 않은 등장임에도 톡톡히 보여줘 보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외에도 조달환, 지승현, 오연아의 맹활약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극의 완성도를 완벽에 가깝게 끌어올린다.

두 말하면 잔소리인 명품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보통사람'은 오는 23일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 '프리즌'과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프리즌'은 배우 한석규와 김래원 주연의 범죄 오락 액션물이다. 하지만 승리의 깃발은 '보통사람'으로 기울지 않을까 싶다. 앞서 공개된 시사회를 통해 '프리즌'을 미리 본 관객들은 김래원의 뻔한 연기와 적나라하게 잔인한 장면들은 보는 이들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평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 시국과 맞아떨어지는 내용과 주, 조연을 넘나드는 배우들의 활약이 가득한 '보통사람'이 관객들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