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송파대로 버스 질주 추돌사고 당시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이 복원됐다.

사고 직전까지 버스는 멈출 줄 모르고 질주했고, 숨진 운전기사는 핸들을 놓지 않았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급발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 운전자가 졸음운전 하다 1차 사고를 낸 뒤 당황해 운전을 잘못해 2차 사고가 이어졌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송파버스 사고 동영상/사진=뉴시스


서울 송파경찰서는 2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복원한 사고 버스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운전석과 버스 전방, 내부, 버스 뒷문 외부 등 모두 4분할 영상으로 사고 당일인 3월19일 오후 11시40분50초부터 11시42분49초까지 2분1초간 녹화됐다.

영상 속에서 버스 운전기사 염모(60)씨는 11시41분45초께 1차로 택시 3대를 잇따라 들이 받았다. 1차 사고 당시 버스 속도는 시속 23㎞였다.

이후 20초 동안 버스는 시속 70㎞까지 가속도가 붙었다. 교차로에서는 보행자를 가까스로 피했다. 염씨는 다른 차량들을 피하기 위해 버스를 지그재그로 몰았다.

원래 노선대로 운행하던 버스는 교차로에 차량들이 신호대기 중이자 운전대를 우측으로 틀어 버스의 방향을 바꿨다. 급격히 우회하던 버스는 이때도 속도가 70㎞를 넘겼다.

염씨는 2차 추돌 직전까지 버스를 제어하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운전석에서 엉덩이를 들어 좌우를 살피는 등 사고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속도는 줄지 않았다.

버스안에 있던 남성 승객이 염씨 곁으로 다가가 정지할 것을 강요했지만 버스를 계속 질주했다. 그리고 잠시 뒤 버스는 정차해 있던 다른 버스를 들이받지만 2차 사고 순간은 기록되지 않았다.

국과수는 2차 사고 직전 5초 분량은 영상을 복원하는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오후 11시45분께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염씨와 승객 2명 등 모두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버스는 1차사고 이후 1.2㎞를 더 달리며 9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채 그 동안 차량 고장설과 운전자 염씨의 건강 이상, 버스 급발진 등 갖가지 설이 제기됐다.

공개된 염씨의 영상 모습으로 미뤄 볼때 건강 이상설 보다는 차량 고장이나 급발진설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사고 버스는 출고된지 1년 된 현대 에어로시티 압축천연가스(CNG) 저상버스(2013년식 현대 뉴슈퍼에어로시티초저상SE) 자동변속기 차량으로 사고 전날 받은 정기점검에서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 당시 영상을 분석한 경찰은 급발진 보다는 염씨가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과로와 피로 누적으로 인한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1차 조사결과 염씨가 사고 전 계속 졸음 운전을 하고 신호 대기 중 진행 신호로 바뀌어도 출발하지 않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염씨가 사고 3일 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당일 오전 5시36분부터 사고 직전까지 15시간20분간 운전해 피로가 누적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차 사고 20분 전부터 졸음운전을 하며 신호위반을 2차례나 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가가 당시 극도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로 졸음 운전 중 1차사고가 발생해 당혹감으로 인한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 밟을 개연성이 높다"며 "운전 부주의가 요인으로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1차 사고 이전 사고버스에 대한 결함은 없어 보이고, 1차 사고에서 2차 사고 사이에 브레이크 또는 가속페달 결함 여부는 계속 조사 중"이라고 덧붙여 급발진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한편 경찰은 사고 버스 운전자 염씨가 과로로 인한 졸음 운전에 대한 회사측 관계자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형사입건할 예정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사고기록장치 정밀분석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