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긴급회의서 자성론 쏟아져...유착 심한 향판제도 개선방안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처신하고 판결해야 한다. 국민들이 법원에 대해 걱정하는 게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르면 흠뻑 젖어버린다."

판사들이 겸허해졌다. 허재호 전대주건설 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 판결에 대한 국민적인 비난과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나온 판사들의 자성의 목소리들이 많아졌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최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수석부장판사회의에서 입을 열었다.  "최근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하는 소리에 대해 겸허히 반성행야 한다. 냉철하게 현실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

박 처장은  “그동안 일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문제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제기된 데 이어 어느 한 법관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벌금형을 노역으로 때우는 황제노역 판결에 대해 국민과 정치권, 언론의 비판이 거세진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이어 “형평과 정의라는 사법의 근본 가치가 지켜졌는지를 두고 사법부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허재호 대주건설 회장의 '황제노역' 파문을 계기로 법원 판사들이 국민 눈높이에서 처신하고 판결하자는 자성문을 쓰고 있다. 전국 수석부장판사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황제노역 판결 개선방안과 판사과 지역유지간의 유착의혹을 부추기는 향판제도의 수술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다른 부장판사들도  황제노역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벌금 1억원 미만의 선고사건은  범죄자의 노역 일당을 10만원으로 하자는 것. 허재호 회장의 황제노역이 재발되지 않도록 벌금 1억원 이상 선고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노역 일당을 벌금액의 1000분의 1을 강화하자는 안도 나왔다. 노역장에서 벌금을 때우는 것의 하한선도 거론됐다.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300일,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500일,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은 700일, 100억원 이상은 900일로 하자는 것. 현재는 노역으로 때우는 기간이  ‘3년 이하’로만 돼 있다.

법원은 향판의 문제점도 개선키로 했다. 판사들이 고향에서 오랫동안 재판을 하면서 현지 기업인과 검찰, 관료, 지역유지등과의 밀착내지 유착관계가 형성되면서 법과 양심, 양형에 기반한 판결을 하지 못하고 비리에 관대한 판결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아예 지역법관제도를 폐지하자는 안도 거론됐다.

 실제로 황제노역 판결을 내린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은 2007년 대주그룹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는 시점에 대주그룹 계열사와 아파트 거래를 했다. 그는 당시 매수인은 누구인지 관심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황을 보면 이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약한 편이다. 장 지법원장은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자 광주지법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장지법원장은 29년의 재직기간 대부분을 광주에서만 근무한 향판의 대명사이다. 그는 광주고법 부장판사로서 허 전 회장의 벌금을 절반으로 깎고 1일 노역에 대한 대가는 1심의 2배인 5억원으로 환산해 판결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미디어펜=최고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