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증권 7개사 노사가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를 골자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해 업계 화제가 되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통신수단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근무 시간 내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이번 움직임이 증권업계 바깥으로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 사용자들은 최근 각 회사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와 통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각 증권사 사장단과 노동조합 지부장들이 참석해 무게를 더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날 체결된 협약은 일명 ‘퇴근 후 카톡 금지 협약’으로 불리게 됐다. 협약 내용에 ‘근무시간 외 통신수단 등으로 진행되는 업무 지시 금지’가 들어갔기 때문. 해당 내용은 신설된 ‘근로시간외 업무지시’ 조항에 포함됐다. 

내용에 따르면 사용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통신수단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근무 시간 내에만 해야 한다. 이 내용을 골자로 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증권사 지부별로 협의 가능하다.

‘퇴근 후 카톡금지’ 외에도 이번 협약에서는 건강진단 관련 조항도 신설됐다. 건강진단 수준을 올리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가족 건강진단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또한 고객과 업무상 분쟁으로 민형사상 피소돼 법률지원을 요청하는 경우 고의나 중과실을 제외하고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내용의 ‘법률지원’ 조항도 생겼다.

가장 시선을 끌고 있는 ‘카톡 금지’ 조항에 대해 노조 측 관계자는 “국내 노조에서 이 같은 조항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퇴근 후 업무를 지시하는 문화가 사라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 작년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슷한 내용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해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증권업계 노사가 스스로 협약을 체결해 ‘퇴근 후 카톡 금지’라는 문화를 만들고 있는 점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원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사례”라며 “다소 인위적이기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문화가 바뀌어 나가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번 협약의 실효성을 다소 의심하는 시선도 없지는 않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카톡 금지가) 과도한 제약으로 느껴질 소지가 있다”면서 “노사간 심리적 거리를 더 멀게 만들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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