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홍준표 연대론 충돌-표분산 우려…경선 사전승복 필요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당 정체성을 확고히 하자는 자강론과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연대론의 대립이 첨예해지고 있다.

태극기집회에 시종일관 참여해온 김진태(재선·강원 춘천) 의원은 정통보수층과 한국당 간 규합이 우선이며, 바른정당을 "탄핵을 만든 세력"이라고 지목해 연대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뭉치는 건 불가능하다"며 대선 국면에서 선제적·인위적인 후보단일화나 연대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가세했다.

반대편에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바른정당을 "과거의 동지"라며 연대 이후 통합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으며,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과의 연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문재인 좌파정권이 들어서지 않도록 보수가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며 바른정당을 넘어 현재 국민의당 경선을 치르고 있는 손학규 전 의원과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고 가세했다.

   
▲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 사옥에서 열린 방송 4사(KBS·SBS·MBC·YTN) 합동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자 경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MBC방송 캡처


전날(24일) 방송 4사 한국당 경선토론에서 이처럼 김진태 의원·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집토끼'부터 잡자는 의견으로, 홍준표·김관용 지사는 유력주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의 양자 대결을 상정하고 '산토끼'를 끌어모아야 한다며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김 의원은 홍 지사가 지난 15일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과 회동해 대선 연대를 논의한 데 대해 "이혼했는데 자꾸 찾아가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고, 홍 지사는 "말씀 새겨듣겠다"면서도 "앞으로 더 포용적인 자세로 나가 좌파 집권을 막아야 할 분들도 많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김 의원의 탄핵 반대 스탠스에 대해 "정말 소신있다"며 "젊은 의원들이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호평한 뒤 "왜 탄핵이 부당한지를 국민들께 설명해달라"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최순실 파문에 의한 탄핵이 좌파진영의 정권불복의 연속이며, '심정적 승복'을 어렵게 하는 숨겨진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 수 있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지속적으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그는 23일 "욕을 먹어가면서도 (탄핵 반대) 소신을 지킨 저와 확실하게 손을 잡고 가야한다"고 촉구했고, 24일 MBC라디오에서는 홍 지사를 겨냥 "토끼장 문을 열어놔서 집토끼는 다 도망가는데 산토끼를 잡으러 헤매고 있는 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같은날 오후 늦게 청년들과 실업 대책 관련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도 "탄핵을 일으킨 장본인들과 만나고 다니면서 보수를 재건·통합하겠다고 하면, 벌써 그 테이블에 태극기 시민들은 초대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제가 이겨야 할 이유가 추가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발표된 리얼미터 3월4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 다자간 지지도 조사 결과 홍 지사가 9.1%로 5위, 처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김 의원이 5.2%로 곧바로 '빅6'에 입성해 구 여권 유력주자로 떠올랐다.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갖고 있던 10% 중반대의 지지율을 두 주자가 온전히 흡수하면서, 그 총합이 한국당 지지율(14.1%)을 앞서나가기도 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 사옥에서 열린 방송 4사(KBS·SBS·MBC·YTN) 합동 한국당 대선후보자 경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MBC방송 캡처


한국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홍 지사와 김 의원은 나란히 1·2위를 차지할 만큼 당내 유력주자로 꼽히고 있으며, 뚜렷한 반좌파 노선과 소신발언을 통해 보수우파로서의 선명성 경쟁에 앞장서고 있다.

홍 지사의 경우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 등 당의 '터줏대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김 의원은 3·1절 사상 최대규모 장외집회로 나타난 일명 '태극기 민심'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태극기 민심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황교안 권한대행에 이어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최순실과 내연관계였던 고영태와 그 일당, 언론, 검찰이 가담했다는 '기획·조작 폭로 의혹'을 지속 거론하면서 집토끼를 결집하고 있다.

반면 홍 지사는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규정하거나 "사법적 탄핵은 어렵지만 정치적 탄핵은 가능하다"는 언급으로 친박계와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또 탄핵 의제를 계속해서 끌고갈 수는 없으며, 탄핵을 주도한 바른정당·국민의당과 대선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내세워 집토끼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두 주자가 이렇듯 자기 주장만 반복하며 대립구도만 이어간다면, 이달 31일 최종 대선후보가 확정되더라도 보수층이 온전히 규합하지 못하고 일부는 투표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태극기집회 주최측의 새누리당(한국당 옛 당명) 창당도 추가 변수로 다가올 수 있다.

두 주자끼리는 지금까지 일부 대립하면서도 서로를 인정하는 언급을 주고받았지만 유권자들에게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후보가 누구로 확정되든 승복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양측이 대외적으로 확고하게 표명하는 게 후보확정 이후 표 분열과 혼란을 차단할 '예방주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추후 한국당 대선후보에게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우클릭'을 뛰어넘을만한 외연확장력이 필연적 과제라는 것이다. 허위 비방을 자제하고, 사실관계를 분명히하면서도 중도·상대진영 지지자들에 대한 감정적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언어 구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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