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두산 베어스 칸투의 강렬한 데뷔전…'역시 빅리거'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32)가 개막전부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칸투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4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 3점포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 프로야구 뉴시스 자료사진
 
칸투는 2000년대 중후반 메이저리그(MLB)에서 강타자로 이름을 날린 선수다. 1998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칸투는 2004년 메이저리그로 승격된 뒤 2005년 28홈런, 2008년 29홈런을 기록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멕시코 국기를 달고 나가 류현진(LA다저스)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기도 했다. 
 
칸투는 명성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개막전부터 펄펄 날았다. 하일라이트는 1-3으로 끌려가던 3회말이었다. 
 
2사 3루에 몰린 LG 배터리는 김현수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렀다. 좌타자인 김현수보다는 아직 왼쪽 어깨가 좋지 않은 우타자 칸투와의 승부가 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LG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선우의 초구 볼을 흘려보낸 칸투는 몸쪽 스트라이크존에 형성된 132㎞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타구는 잠실구장에서 가장 깊은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공식 비거리는 135m다. 
 
칸투는 "김현수를 거르고 나를 상대하려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야구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첫 타석에서 김선우의 스플리터에 당해서 노리고 들어갔는데 실투가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칸투의 활약은 1루 수비에서도 빛났다. 칸투는 4회초 2사 1, 3루에서 2루수 오재원의 송구가 키를 넘기려 하자 베이스에서 발을 뗀 뒤 글러브로 태그해 타자 정성훈을 아웃시켰다. 재치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1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두산 팬들은 화려한 외국인 타자의 등장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칸투 역시 미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열정적인 응원에 감동을 받은 듯 했다.
 
칸투는 "팬들의 성원에 놀랐다. 마치 파티를 즐기는 것 같아서 나도 분위기에 취해 재미있게 경기를 했다"고 웃었다. 
 
공식경기에서 처음 선보인 자신의 응원가에 대해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수훈선수상 수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칸투는 팬들이 응원가를 열창하자 따라부르기까지 했다. 칸투는 "응원가는 정말 맘에 든다. 마치 기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극찬했다. 
 
고심 끝에 칸투에게 선발 4번타자 자리를 맡긴 송일수 감독은 "칸투가 그동안 부상 때문에 시합을 많이 못 나가서 걱정했는데 명성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했다. 
 
한편 칸투는 이날 홈런으로 200달러라는 짭짤한 부수입까지 챙겼다. 사연은 이렇다. 경기 전 칸투는 김태룡 단장과 100달러를 걸고 내기를 임했다. 홈런을 치면 칸투가 100달러를 갖고, 반대의 경우 김 단장이 돈을 손에 넣는 단순한 조건이었다. 
 
판돈은 경기를 앞두고 두 배로 뛰었다. 칸투가 데뷔전 대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판단한 김 단장이 두 배의 돈을 내건 것이다. 결과는 만점짜리 홈런을 친 칸투의 승리였다. 김 단장 역시 기대를 상회하는 칸투의 활약에 선뜻 지갑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