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기 대선 국면이 낳은 특이 현상이라면 각 당의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초기부터 단골 구호가 된 ‘후보 연대’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 위한 각 당 후보의 연대설은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설이 되고 있다.

바른정당이 이달 28일, 한국당이 31일, 국민의당이 4월4일까지 최종 후보를 선출하게 되면 직후부터 우선 각 후보의 단계적 후보 단일화를 위해 정치권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만약 3당이 전격적으로 합의에 성공해 ‘원샷 경선’에 들어갈 경우에도 경선 룰 마련 등 복잡하다. 
 
특히 구 여권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경남지사와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각각 “우파 연대”와 “보수 연대”를 외치면서 당내 경선주자들과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홍 지사와 유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승기를 잡은 까닭에 경선 이후 실제 후보간 연대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지율 10% 안팎을 유지하면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뺀 5당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문재인·안철수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김진태 의원의 지지율도 5%로 상승세를 탄 모양새다./사진=미디어펜


홍 지사의 경우 뒤늦게 주자로 나섰지만 지지율 10% 안팎을 유지하면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뺀 5당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문재인·안철수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김진태 의원의 지지율도 5%로 상승세를 탄 모양새다. 

지금까지는 한국당의 두 후보인 홍 지사와 김 의원의 각각 산토끼를 부르고 집토끼를 모으는 전략이 통하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변수는 ‘친박계’인 김 의원이 후보로 확정될 경우로 우선 바른정당부터 후보 연대에 명분을 잃어버리게 된다.  

 
   
▲ 28일 대선후보를 확정하는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지난 호남·영남·충천권과 수도권 경선까지 남경필 경기지사를 너끈히 제치고 4연승을 기록했다./사진=유승민 홈페이지

경선 속도가 가장 빠른 바른정당에서는 유 의원이 지난 호남·영남·충천권과 수도권 경선까지 남경필 경기지사를 너끈히 제치고 4연승을 기록했다. 마지막 변수는 27일 당원 선거인단 투표 결과로 유 의원 측에서는 여기서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변없이 홍 지사와 유 의원이 각각 대선후보로 결정될 경우 바른정당 고문인 김무성 의원이 나설 전망이다. 이미 홍 지사와 김 의원은 공식 회동 외에도 물밑 소통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 지사는 당내 주자들끼리 벌인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들이 ‘한국당이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이나 국민의당의 안철수 의원을 밀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자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내가 집권하면 좌파, 우파 할 것없이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28일과 31일에 대선후보를 확정하는 바른정당과 한국당의 두 후보가 먼저 연대에 성공할 경우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의 협력 여부가 다음 관심사로 떠오른다.

일찌감치 제3지대 연대를 추진해온 김 전 대표가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대선 준비에 들어간 만큼 소위 ‘비 문재인’ 연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탈당 직후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 남경필 지사와 최근 국민의당에 합류한 손학규 전 대표와 회동한 일이 있다. 또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무성 의원과도 교류했다. 김 전 대표는 앞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회동하던 날에는 ‘4월15일 이전에 비문 연대 구성’을 끝낼 것이라는 의지도 드러낸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최근에도 ‘문재인 대세론’을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했다.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지율 30% 수준의 대세론이 어디 있냐”며 “민주당 경선에선 문재인이 되겠지만 본선에선 힘들다”고 전망했다. 문 전 대표가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한번에 14%포인트가 한꺼번에 빠진 것을 지적하며 한 발언으로 ‘전두환 표창장’ ‘부산 대통령’ 발언 등이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경쟁력은 물론 당 경선 결과마저도 광주·호남 여론이 바로미터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만큼 후보의 말 한마디로 지지율이 크게 출렁인다는 것은 호남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지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 25~26일 광주·호남과 전북에서 진행된 국민의당 경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60%가 넘는 높은 득표율을 받아 ‘문재인 대항마’로 부상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국민의당 경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광주·호남과 전북에서 60%가 넘는 높은 득표율을 받아 ‘문재인 대항마’로 부상했다. 따라서 ‘비문’ 보수·중도 연대에서 안 전 대표의 동참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안 전 대표는 이전부터 당내 다른 후보들과 달리 ‘자강론’ 우선을 강조해왔고, 이번 경선에서 이런 전략이 주효했음이 입증된 만큼 막판까지 대선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마침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27일 “반문재인 연대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 대표는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만날 예정이어서 이번 대선을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대결 구도로 끌어가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비문 연대는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김종필 후보의 ‘DJP 연대’나 200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연대를 연상시키며 명분을 더하고 있다. 다자구도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대표가 40%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안철수 전 대표가 광주호남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킨 탓에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정 후보와 맞서는 연대, 이념적 지향이 다른 중도와 보수 후보의 단일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회의론도 많지만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전직 대통령의 파면과 검찰수사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통합’이 시대정신이 된 이번 대선에서라면 국민적 공감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견해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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