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롤링, 합리적 무지, 전략적 투표, 시간 훔치기 등...정부 생래적 실패 요인 수두룩

이성규의 정치인들의 사익(私益)추구 특강(5)

본 코너에서는 ‘정치인들의 사익(私益)추구 행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를 연속적으로 게재하기로 한다. [편집자주]

󰋼 “정부도 실패한다. 따라서 정부는 더 이상 낭만적인 존재가 아니다!”.
󰋼 “정부는 이익집단들, 로그롤링, 투표자의 합리적 무지, 전략적 투표, 꾸러미화된 선택,
시간 바꿔치기 등으로 인하여 생래적으로 실패할 수 있다”.

   
▲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 정부실패

공공선택이론이 새로운 학문으로서 부상하기 전에 많은 일반 경제학자들은 공공재의 과소공급(undersupply; 불충분한 공급)과 같은 ‘시장실패’(market failure) 문제를 교정하기 위하여 정부개입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가정하였다.

그러나 공공선택 연구자들은 이러한 가정이 가지는 슬기로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시장실패’의 존재는 정부개입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공공선택 연구자들은 ‘시장이 실패한다고 해서 정부 개입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공공선택론은 우리들에게 정부도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예를 들면, 어떠한 투표 제도도 관련된 모든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상이한 의견의 강도를 진정하게 반영해 주지는 못한다. 정부는 모든 유권자(시민)들의 선호를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정부는 무엇이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게 된다. 다른 투표제도를 적용하면 다른 대답(결과)이 얻어질 것이다. 즉, 적용되는 투표 제도가 다르면 그 결과도 다를 것이다. 반면에 다수결 제도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수자들을 착취할 위험(가능성)이 있고, 또한 특수이익집단(special interest groups)에 의한 낭비적인 지대추구 활동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은 어떤 재화들을 공급하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개입이 그 재화들을 공급하는 데 반드시 이상적인 방법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 개입은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개입으로 인해 새로이 야기되는 문제들은 애초에 교정하려고 한 문제들보다 더 큰 손해를 가져다준다. 단순히 말하면, 정부 개입이 ‘안 한 것만 못하다’는 의미이다.


전통적으로 공공선택 연구자들은 ‘정부 개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낭만적인(romantic) 태도가 아니라 ‘현실적일’(realistic)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투표 규칙들을 선택해야 하며, 일단 결정이 이루어지면 사람들로 하여금 그 결정에 얼마나 순응하도록 해야 하는 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만 한다. 또한 시장이 제대로(효율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중요한 일들을 하는 데 문제투성이인 정부 개입이 과연 옳은 방법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아야만 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유익하지만 시장이 도저히 공급하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다고 해서 더 많은 정부 개입이 반드시 ‘옳은’ 해법이라고는 단정지울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시장이 도저히 공급하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정부가 나서서 공급하는 것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위에서 지적했듯이 정부는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고, 또 정부 개입이 오히려 종종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공공재의 분할 불가능성: 꾸러미 선택

위에서 언급한 항구 준설의 경우처럼 공공재는 ‘전부(all)가 아니면 전무(nothing)’라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항구를 준설해야만 하는가? 우리는 군대를 양성해야만 하는가? 우리는 연기를 발생시키는 연료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가? 이들에 대한 대답은 ‘예’ 또는 ‘아니오’가 될 수 있다. 중간적인 대답은 없다. 또한 소수자들은 집합적 ‘찬성’ 결정과 집합적 ‘반대’ 결정을 강제적으로 수용해야만 한다.

   
▲ 정부는 결코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전능자적 존재가 아니다. 온갖 이익집단과 정치인들의 이권주고받기, 시민들의 합리적 무지와 전략적 투표등을 통해서 정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정책은 이런 점에서 생래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정부는 더이상 낭만적 존재가 아니다. 중앙선관위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과천시의 한 마을에 "투표로 응원하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반면에 시장에서 매매되는 시장재(市場財, market goods; 시장에서 생산되는 재화로서 사적재를 말함)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검은색, 푸른색, 갈색, 또는 붉은색 신발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시장에서 동시에 각자가 원하는 색깔의 신발을 구입할 수 있고, 또 그들이 어떠한 스타일의 신발을 선택하든지, 또는 그들이 얼마만큼의 신발을 사고자 하든지 모두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선호를 따르도록 강요할 필요도 없다. 만약 우리가 어떤 유형의 공공재를 강제적이 아니라 ‘자발적 집단행동’에 의해 공급하는 하나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사적재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다양성에 가까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선거는 ‘어떠한 집단행동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선호를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매 4~5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곤 한다. 선거의 이러한 특징은 시장과 크게 다른 점이다. 시장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언제든지 구할 수 있고, 우리의 구매활동을 통하여 각자의 개별 선호들을 언제든지 표현할 수 있다.
더구나 시장에서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제품들로부터 어떤 제품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시장에서는 강제적으로 쇠고기나 베이컨을 사지 않고서도 동시에 복숭아나 살구를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은 만약 여러분이 채식주의자라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우리는 ‘개별’ 사업들을 선택할 수 없고, 많은 정책(사업)들이 들어있는 하나의 슈퍼마켓 바구니에 대해 투표해야만 한다. 예를 들면, 슈퍼마켓 바구니에는 이민, 학교(교육), 건강, 복지, 공공지출, 조세, 교도소 등과 같은 매우 다양한 이슈(‘물건’)들이 들어 있다. 우리는 그러한 꾸러미(package) 중에서 어떤 이슈(물건)들은 좋아할 수 있고, 다른 이슈들은 싫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경우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이슈만을 뽑아서 선택할 수가 없다.

◆ 정부 팽창 압력

정부 개입과 선거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정부 활동을 지속적으로 팽창시키려는 압력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공개적 토론에서 ‘매우 집중화된 이익’(focused interests)을 가진 집단들(예를 들면, 방위산업 계약자들이나 노동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다수 투표자들의 목소리들을 압도하곤 한다. 다수 투표자들의 이익은 특수이익집단의 이익에 비해 훨씬 덜 구체적이다. 집중화된(또는 응집된) 이익(concentrated interests)을 가진 집단들은 조직을 결성하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그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정책을 위하여 캠페인을 벌일 강력한 유인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일반 대중들은 매우 분산된 이익(diffused interests)을 가지고 있으며 공개적 토론에 많은 노력들을 하려는 동기를 거의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정부활동이 팽창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수결이 자신들의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소수자들’ 뿐만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들’에게 떠넘기려 하기 때문이다. 많은 공공활동(사업)들은 이들 사업들로부터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조세지불에 의해 재원이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부채’(public debt)에 의해 재원이 마련된다. 공공부채는 미래 세대들이 유산으로 물려받아 청산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혜택을 주는 사업들 - 예를 들면, 현 세대의 연금 인상이나 도로 개선 등 - 에 찬성투표하고, 이들 사업에 드는 비용은 미래의 납세자들에게 전가시키려 한다. 이를 “시간 바꿔치기 현상”(time shifting)이라 부른다. 즉, 혜택은 현 세대가 보고, 그 비용은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시간 이동에 대한 이러한 기회를 고려해 볼 때 많은 사람들이 공공서비스 팽창에 열중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정부는 미래에 수익을 발생시키는 자산들(예를 들어, 도로, 철도, 항만 등)에 투자하기 위하여 차입(공채발행)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1997~2010년 기간 동안 노동당 정부가 실시한 ‘황금준칙’(golden rules)의 하나는 바로 이러한 원리를 채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는 몇 가지 문제들이 있다. 첫째, 무엇이 투자인지에 대해 일반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둘째, 많은 투자 사업들은 이익집단들에 의해 결정될 수 있고, 또 장기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일반적으로 정부 지출과 수입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결정되거나 배분되지 않는다. 결국, 과거 노동당 정부의 ‘황금준칙’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좀 더 일반적으로 공공선택경제학에 따르면 ‘이익집단들은 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투자 사업의 현재 지출에 대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하여 로비활동을 통해 차입을 쉽사리 촉진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팽창 압력은 의회에서 의원들 간에 “당신이 내가 추진하는 사업에 찬성투표 해주면 나도 당신이 추진하는 사업에 찬성 투표할 것 입니다!”라는 소위 “로그롤링”(logrolling) 현상에 의해 더욱 증가될 것이다. 로그롤링은 민주주의 체제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필자가 미 의회에서 일하고 있었을 때 미국의 대표적인 복지수단인 ‘무료 식량배급’(Food Stamp) 프로그램이 농업보호법(Farm Bill)의 맨 끝에 첨부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농업보호법은 대개 농업부문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에 농업보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무료 식량배급 프로그램이 첨부되어 있어서 놀란 것이다. 그때 동료들은 필자의 순진함에 자신들의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때 동료들의 설명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농촌지역에 지역구를 둔 공화당 의원들은 농업보조금에 찬성투표하고, 도시지역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은 무료 식량배급 프로그램에 찬성투표함으로써 납세자를 제외하고 관련된 모든 의원들과 사람들이 이익을 얻는다고 말해 주었다. 이것이 전형적인 로그롤링의 예에 해당된다. 이러한 의원들 간의 로그롤링의 결과 정부 활동이 팽창하게 된다.

◆ 선택과 결과 간의 직접적 관련성 부재

공공선택 이론은 정치제도의 또 다른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즉, “전략적 또는 전술적 투표”(strategic or tactical voting; 다른 후보나 정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지지하지 않는 후보나 정당에 투표하는 행위)의 실패가 바로 그것이다. 시장 거래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을 하고, 사람들이 원하는(좋아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정치(또는 ‘정치시장’)에서는 사람들은 선거에서 자신들의 선택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매우 싫어하는 것을 선택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선거에서 그들의 진정한 선호를 표현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투표하려 한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정당이나 선택안(option)에 찬성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이나 선택안에 찬성투표를 던지게 된다. 예를 들면, 영국 의회 총선거에서 만약 노동당(Labour Party) 후보자가 어떤 지역구에서 승리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 노동당 지지자들은 최대 라이벌인 보수당(Conservative Party) 후보자들을 낙선시키기 위하여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 후보자에게 찬성투표를 던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전략적 투표’라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유권자(투표자)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해 정치인들과 정부 관료들에게 그릇된 메시지(신호)를 보내게 된다. 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올바른 정서(public mood)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선거에서 각 투표자는 어떤 하나의 이슈에 대해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에 관계없이 오직 한 표만(즉, ‘1인 1표’) 던질 때, 또는 투표자들의 의견이 종종 대립될 때 선거는 시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대변해 주지 못한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진정으로 믿는 것(신념)에 대해 투표하지 않을 때 투표자들의 정서를 아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투표자들이 그들의 투표가 선거 당락을 결정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관련 이슈들을 세밀히 검토하거나 투표장에 가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투표자들은 투표에 참가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투표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합리적인’ 생각이고 행동이다. 이를 투표자들의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라고 한다. 이 경우에 우리의 민주적 선택은 어느 정도 그 합법성을 잃게 될 것이다.

이익집단들, 로그롤링, 투표자의 합리적 무지, 전략적 투표, 꾸러미화된(일괄적) 선택, 시간 이동, 강제, 독점, 소수자의 착취 등으로 인하여 정부는 생래적으로 실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이들은 정부가 실패하는 생래적인 요인들에 해당된다. 따라서 정부는 실패할 수 있는 내장된(생래적인) 요인들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뷰캐넌과 털럭이 말했듯이 정부는 더 이상 ‘낭만적인’(romantic) 존재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부에 대해 더 이상 낭만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출처: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