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장 10년 이상 연임에 성공하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사례가 생겨나면서 ‘장기 집권’의 득과 실에 대한 관심도 제고되고 있다. 장기적 성과를 보고 경영에 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칫 조직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임에 성공한 증권업계 CEO들의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시선을 끄는 사람은 역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다. 이미 임기 10년을 채운 그는 이번 주총에서 다시 한 번 연임이 확정되면서 11년째 한투를 이끌게 됐다. 

이로써 유상호 사장은 증권, 은행, 보험 등 금융업계 전체를 통틀어 ‘재임 기간이 가장 긴 현역 CEO’라는 명성의 주인공이 됐다. 47세이던 2007년 당시에도 ‘최연소 CEO’ 기록을 세운 유 사장은 이후 계속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어왔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의 경우도 내년까지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10년 CEO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김 사장은 2015년 789억원의 순이익으로 1949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며 업계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교보증권은 창사 이래 적자를 한 번도 내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부증권 고원종 사장도 ‘10년 CEO’라는 명성을 예약했다. 지난 2010년 수장 자리에 오른 이후 2020년까지 자리를 이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고 사장의 경우 2013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까지 했지만, 작년 극적인 흑자 전환을 하는 등 능력을 인정 받아 결국 연임에 성공했다.

장수 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증권업계 내부 반응은 상당히 좋다. CEO가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으로 회사를 위한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 사진=미디어펜


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호 한투 사장 취임 당시 1조 7900억원 수준이던 한국투자증권 자기자본은 현재 4조원대로 성장했다”면서 “장기 비전을 포석에 깔고 경영에 나설 경우 선순환 효과가 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라고 고평가 했다.

‘낙하산 CEO’를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장수 CEO들은 대부분 조직 내부에서 승진하거나 적어도 업계에서 초빙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 사외 정치에 영향을 받는 ‘외부효과’ 가능성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가 조직 안팎에 미치는 악영향이 워낙 크다”면서 “장수 CEO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은 낙하산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해석했다.

물론 장수 CEO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유상호 사장이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수차례에 걸쳐 직원들의 횡령 사고가 발생해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이에 대해서는 리더십이 장기간 고정되면서 조직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 터다.

유상호 사장은 전례 없는 강수를 두며 기강 재건에 나섰다. 전 직원의 신용도를 조사해 신용이 낮은 직원은 영업점 배치를 배제하거나, 한 지점에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 대해 이동 발령을 단행하는 식이었다.

결국 장수 CEO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영리한 조직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운용의 묘가 (CEO에게) 필요하다”면서 “조직을 잘 이해하는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인 만큼 장기 CEO들의 사례가 좀 더 많아지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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