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투자·사업계획 백지화 등 '안전 우선'
임직원 해체 아쉬움 속에 내부 분위기 다운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된지 한달이 지나자 그룹 내부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 60개 계열사는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경영시스템을 구축한다고 계획을 밝혔지만 진통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각 계열사들은 여론에 떠밀리듯 공중 분해된 미전실에 대한 아쉬움을 속속 토로하고 있다. 특히 ‘업무조정’과 ‘경영진단’ 등 미전실의 순기능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큰 혼란이 야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일부 계열사들은 기존 투자와 사업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를 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과거와 달리 조직개편이 부분적으로 진행되면서 신사업 추진 등 업무 효율성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 회사의 CEO와 이사회 권한이 강화 됐지만 계열사 대부분은 우선 ‘안전모드’의 경영활동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에서는 기존 경영 계획을 뒤집는 등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전문경영인과 총수 중심의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투자 등 결단이 필요한 주요 사안에서 총수에 비해 전문경영인은 상대적으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 계열사가 일정금액 이상 투자를 집행 할 때는 미전실의 승인이 필요했다. 책임에 대한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 셈”이라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계열사 CEO가 책임을 지고 전면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삼성 계열사들이 단기성과에만 집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경영인들의 당장의 실적으로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미래 투자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 계열사들의 업무 효율에 대한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미전실 해체 전까지 삼성은 연말에 일괄적으로 계열사의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실시하고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는 유연한 조직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경쟁력을 제고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했고, 나머지 계열사 대부분도 사업영역에서 손꼽히는 경쟁력을 축적했다.

미전실이 사라진 뒤 계열사들은 자체적으로 인사와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계열사들은 개편 작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EO와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시간이 늦춰지고 있다.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도 가라앉은 것으로 전해진다.

   
▲ /사진=연합 뉴스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일부 체력이 약한 일부 계열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전실이 수행해 온 보조자 역할이 사라지면서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위기를 겪는 계열사들도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확실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언제 어떻게 된다’라는 식의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라며 “과거 미전실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대관 기능을 제외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3대 주력 계열사가 사업영업별로 나눠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룹의 리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선제적 투자 전략 수립과 업무 조정, 중복 투자 방지 등 효율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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