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터키에서 시장과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에 레셉 타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정치 생명이 걸려 있어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비록 선거 투표 용지에는 총리의 이름이 들어 있지 않지만 10년 넘은 에르도안 집권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지방선거지만 8월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에르도안 총리가 속한 정의개발당(AKP)과 주요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최근 두 달 동안 아들과 거액의 비자금 은폐를 논의한 총리의 통화 및 측근 관련 비리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정부가 트위터와 유튜브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강경 대처를 하자 터키 시민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압둘라 굴 대통령도 정부가 트위터를 차단한 다음 날 우회접속 방식으로 트위터에 접속해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이에 케말 클르치다르올루 CHP 대표는 29일 터키 주요 도시를 돌며 거리 유세에 나서는 등 야당은 국민들의 반발을 등에 업고 이번 선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클르치다르올루 대표는 "집권 여당이 터키공화국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고 우리는 터키를 재건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여론조사 결과 이스탄불에서는 집권여당 후보가 박빙의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앙카라에서는 여당 후보가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개발당은 선거를 하루 앞두고 터키 주요 도시를 돌며 거리 유세에 나섰다. 특히 에르도안 총리는 지방 선거에 핵심 역을 맡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선거는 독립을 위한 싸움인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쟁"이라며 "조국을 사랑하는 모든 시민들이 제 손을 잡아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터키에선 총리와 내각이 실제 행정을 담당하며 거의 모든 실권을 쥐고 있지만, 대통령은 의례적인 국가 원수에 불과한 내각책임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