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재조정 방향 두고 입장차…시작부터 난항
시중은행·채권자, '마이너스' 최소화 요구 핵심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가 완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채무 재조정을 둘러싼 시중은행·사채권자와의 대립 양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대우조선해양 본사

31일 금융당국과 채권단, 업계에 따르면 먼저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분담을 져야하는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무담보채권에 대한 출자전환과 만기연장에 큰 틀에서 동의하고 있으나,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손실을 좀 더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채무 재조정에 동의한다는 확약서를 이번 주까지 제출받을 예정이었지만, 은행들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내부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채무 재조정 협약서를 다음 주까지 받는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 무담보채권 7000억원 중 80%(5600억원)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만기를 5년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이 신규 수주를 하면 5억달러 규모로 선수금환급보증(RG)도 서주기로 했다.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이 다음 달 18일 마무리되면 이후 대우조선이 신규 수주하는 선박에 국책은행보다 먼저 RG를 발급해 5억달러를 채워주는 식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들 입장에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손실을 더 분담하지 않으면 채무 재조정 안에 쉽게 동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27일 열린 채권단 협의회에서 산업은행의 추가 감자와 대우조선이 임금 반납 등 자구계획을 더 강도 높게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3000억원, 수출입은행이 1조3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의 무담보채권 3000억원은 출자전환하고, 수출입은행의 경우는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확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 안의 핵심인 회사채 투자자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 등 기관 투자자들도 대우조선 출자전환에 동의할 경우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낼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대상선 구조조정 당시 사채권자들의 채무 재조정을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제시했었다. 사채권자들은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 2년 연장·3년 분할상환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바 있다..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채무재조정에 반발해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국민연금 스스로 판단하겠지만 채무재조정에 동의 못하면 P플랜을 가야 하는데 그 경우 연금채권 손실이 더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잘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현대상선 출자전환 방식은 공모 가격과 방식 측면에서 대우조선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일반공모 방식을 택해 회사채 투자자들이 주식을 시가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회사채를 주당 4만350원에 주식으로 바꿔주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작년 7월 14일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날의 가격에서 10%를 낮춘 규모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분식회계 의혹으로 작년 7월 주식 거래가 정지돼 주식을 받더라도 현금화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9월 주식 거래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수년간 영업손실이 발생한 만큼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회사채 투자자들이 출자전환 채권의 상당 부문을 손해 봐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사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지 않아 대우조선이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들어가고, 선수급 환급 요구(RG콜)가 전액 들어오는 최악의 상황에서 회수율은 1.76%에 불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채 투자자들도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간다면 투자자금 회수율이 대폭 낮아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이 언제 정상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이 발표한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안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대우조선 추가 지원금 2조9천억원을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며 "두 은행은 더 많은 충당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두 은행은 대우조선 대출을 '요주의(precautionary)'로 분류할 경우 대손충당금으로 최소 7%를 적립해야 하고, '고정 이하(substandard)'로 분류하면 20%를 적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채권은행들의 추가 금융 지원 없이는 지불 불능으로 간주될 것이며 고정 이하 충당금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29일 이번 지원방안에도 불구하고, 밝지 않은 조선업황을 고려할 때 결국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