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오퍼스픽처스 제공)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과거의 상처는 현재 사건이 해결된다고 완전히 아물 수 있을까. 과거 다른 아픔을 지닌 두 사람의 만남을 그린 판타지 장르인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이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를 해준다.

과거의 아픈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혀 진다고 한다. 이 기억들은 살아있는 동안 모든 기억 속에서 계속 지속된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덤덤해져야한다. '어느날'에서 두 사람은 담담해진 상처 속 대화를 통해 과거의 아픈 상처를 공유하고자 한다.

'어느날'은 김남길(강수 역)이 천우희(미소 역)의 영혼을 보게 되면서 시작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미소는 식물인간으로 육체는 병상에 누워있지만 그의 영혼은 몸을 빠져나와 밖을 돌아다닌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모호한 존재다. 이 모호한 존재가 강수에게만 보인다. 이러한 설정에서 '어느날' 이윤기 감독의 '판타지'를 만날 수 있다.

미소는 시각장애인으로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강수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아내를 잃는다. 그는 "누구도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낸다. 이 두 사람의 상처를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까

강수가 미소의 영혼을 보는 환상은 서로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상처를 치료 해줄 수 있는 존재는 서로밖에 없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미소의 영혼이 강수에게 보이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이 가진 상처는 자연스레 아물게 된다.

이 영화에서 김남길과 천우희가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천우희는 내면의 상처를 지닌 미소 역으로 김남길을 만나 행복해 보이면서도 슬픈 연기로 짠한 감동을 준다. 김남길는 말 못할 아내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채 묵묵히 살지만 아내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워한다. 그는 이런 내면의 갈등을 표정 변화와 대사의 톤으로 녹여낸다.

또한 이윤기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감독은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들을 아름답게 재조명했다. 이 작품에서 시각장애인인 미소가 바라본 현실은 싱그러움과 따뜻한 봄날이다. 강수에게 봄은 힘든 겨울을 보내고 새롭게 맞이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영화 속 두 사람의 봄날은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어느날'이 올 상반기 극장가에 보여줄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오는 4월 5일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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