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더불어민주당 경선 마지막 날인 3일 문재인 후보의 본선행이 거의 확정될 전망이지만 지금까지 굳건해보이던 대세론에 파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내일신문이 여론조사업체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2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43,6% 대 문재인 36.4%’로 무려 7%포인트 차이로 1위가 뒤바뀐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조사에서 보수후보 단일화를 가정한 3자대결에서는 문재인 36.6%, 안철수 32.7%, 홍준표 10.7%로 조사됐지만 유독 양자대결에서 이변이 나타난 것을 두고 ‘비 문재인 유권자’의 결집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민주당을 탈당하고 곧 대선출마 선언을 할 예정인 김종인 전 대표는 3일 그의 특유의 화법으로 표심을 흔들었다.

조선일보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는 안희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본선 경쟁력이 더 높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지적하며 “이런데도 ‘내가 대세’라며 선거가 끝난 양 생각하면 안된다. 선거는 열흘 남겨두고도 바뀐다”고 했다. 

문재인 패권주의로 당내 경선에서 가로막힌 안희정 후보지만 정작 본선에서 안철수 후보와 맞붙을 경우 문 후보보다 경쟁력이 훨씬 더 높은 점을 드러낸 것이어서 결정적일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어 김종인 전 대표는 “나도 처음엔 선량하고 정직하다고 생각했다... 그 뒤 자기 스스로 변하는 건지 주변의 영향으로 변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느끼는 것과 똑같다”라며 문 후보의 자질에 시비를 걸었다.

철학과 소신없는 지도자의 끝이 어땠는지를 지적하는 것으로 그동안 문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에서 사드배치 등과 관련해 오락가락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안희정·이재명 후보의 반발과 비판도 불러왔었다.

아울러 김종인 전 대표는 안철수 후보를 가리켜 “독자 노선으로 가겠다면 지지율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본인이 잘 알 거라고 본다. (연대 협상할) 시간이 짧아 더 빨리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차기 대선이 ‘문재인 대 안철수’로 흐를 경우 두 후보의 박빙이 예상되고, 특히 안 후보의 경우 중도보수의 표심을 잡으려다 자칫 호남 지지율이 빠지는 위험 부담이 있으므로 연대는 필수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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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론조사 결과나 김종인 전 대표의 발언은 차기 대통령선거가 대결구도에 따라 판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를 뺀 각 당 후보들은 표계산에 분주해질 전망이다. 안 후보로서는 우선 김종인 전 대표가 내민 손을 잡은 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의원까지 포함하는 연대 논의에 나설지 고심해야 한다.

안 후보가 김 전 대표와 해묵은 갈등을 털어낸 다음 중보보수의 표심까지 끌어안을지 주목된다. 이럴 경우 이날 여론조사는 현실도 될 수 있는 것이어서 문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발언을 맹공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묻는 질문에 안 후보는 “대통령이 사면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사면위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답했지만 논란이 됐다.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의 발언을 “적절치 않다”고 규정하고 “솔직히 해명하고 바로잡아라”고 공격한 것은 안 후보의 발언이 중보보수의 표심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안 후보가 보수층에까지 확장력을 넓히려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우선 차기 대선의 키워드는 ‘통합’이라는 점을 떠올려볼 수 있다. 그동안 안희정 후보가 강조해온 ‘연정’의 필요성이 홍보되는 등 분열과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후보의 최대 약점은 특정 진영의 대표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너무 오랫동안 ‘대세론’에만 의존해온 점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도 있다. 특히 지난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의 지지자들이 당내 다른 주자 캠프 관계자들에게 문자폭탄을 돌리는 등 행태가 적폐청산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많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요동치는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차기 대선은 아직 무수한 변수를 남겨놓았을 수 있다. 최종 승자는 이 나라 대통령을 누구로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중도보수의 표심을 누가 가장 잘 읽느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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