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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의 덫?…안철수에 뒤진 문재인이 진짜 잃은 것
선관위에 조작 의혹 조사 의뢰…초조함 스스로 드러낸 셈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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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4-06 11: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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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논설주간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소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문 후보가 2월 한 중소기업을 찾았을 때였다. 기자들이 민감한 질문을 하려하자 참모들이 질문을 막았다가 "이날 현장상황에 대한 문 전 대표 측의 공식적인 사과와 향후 문 전 대표에 대한 접근과 질문기회 원천봉쇄 금지 등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다"는 항의를 받았다.

최근엔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적폐청산 운운하면서 MBC에 외압성, 협박성 발언을 했다가 MBC로부터 반발을 샀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가 오차범위 밖으로 뒤지는 결과가 나온 한 여론조사가 "비상식적"이라며 선관위로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필자는 이런 언론보도를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력 대선 후보라는 사람이 여론조사 결과 상 자신이 뒤졌다고 선관위에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조사를 의뢰한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선관위 조사의뢰

문 후보가 조작의혹을 제기한 여론조사는 내일신문·디오피니언이 지난 2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대선 양자 대결 조사결과다. 이 조사에서 문 후보는 36.4%로 43.6%인 안 후보에게 뒤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문 후보 쪽 박광온 수석 대변인은 논평까지 내고 "맞대결이 되려면 안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단일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 열망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특정 후보를 띄우기 위한 이런 식의 여론조사는 여론을 왜곡하거나 조작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방법에 있어서도 "여론조사의 기본인 무선전화 조사는 아예 없었다"며 "유선전화(40%)와 인터넷(60%)으로 단 하루 동안 조사가 이뤄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문 후보 쪽이 말하는 단 하루 동안은 2일로 안철수 후보가 경기 지역 경선에서 압승한 날이다.

   
▲ 일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 왼쪽)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대표(오른쪽)와 양자대결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표측은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들어 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측은 정당 지지율도 문제를 삼았는데, 내일신문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7.8%, 국민의당 13.3%, 자유한국당 6.2%, 정의당 4%, 바른정당 2.7%였다. 문 후보 측은 "비슷한 시기 다른 조사에 비해 15%포인트에서 20%포인트 가량 낮게 나오는 결과는 신뢰도에 심각한 의심을 갖게 한다"고 했다.

문재인의 이번 해프닝은 생각보다 심각한 의미를 여럿 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다르게 나왔다고 선관위에 언론사를 조사의뢰한 부분이다. 이는 문 후보가 그동안 일관되게 보이던 언론탄압의 연장선상이다.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언론사는 적폐청산 운운하면서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증거도 없이 조작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공적 기관에 언론사 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문 후보는 입만 열면 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를 외쳐왔다. 민주당은 또 같은 이유로 상대당인 자유한국당을 언론탄압, 언론장악을 즐기는 정당으로 매도했다.

문재인이 잃은 것

문 후보와 민주당의 내로남불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번 일은 그야말로 상식선을 훌쩍 뛰어넘은 일이다. 어떻게 자신이 1등으로 나온 결과가 아니라고 해서 조작됐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양식이 의심된다.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방식을 문제 삼았지만 이들은 이미 2월과 3월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조사해왔다고 한다. 그땐 아무 소리 않다가 자신이 뒤진 결과가 나오자 이제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린애만도 유치한 태도다.

두 번째 문 후보 쪽의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결과 이외에는 다른 현상은 용납하지 못하는 무서운 획일적인 사고 말이다. 이런 태도를 보면서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가.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온 언론이 문재인 찬양가를 불러야만 하는 '땡문시대'가 올 것 같다는 걱정을 국민이 하지 않겠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항상 1등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라면, 그야말로 오만의 극치다.

문 후보는 지금 젊은 층이 분노하는데도 아들의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온갖 의혹에도 그만하라고 버럭 화부터 내고 있다. 숱한 서민이 자살하고 피눈물을 흘린 바다이야기, 부산저축은행사건 그리고 박연차 게이트 등등 문재인이 국민에 답해야 할 의혹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외면하면서 고작 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에 뒤졌다고 선관위더러 그걸 조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나.

여론조사 결과가 비상식이 아니라 본인이야말로 궤변에 오만하고도 비상식적인 행보를 거듭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보고 싶은 여론만 보고 현실을 부정하는 문 후보의 이런 태도가 나중 혹시라도 대선불복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자신이 뒤진 여론조사 하나에 발끈해서 조사까지 의뢰하는 것은 그만큼 문 후보가 초조하다는 뜻도 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자체보다도 그 후에 보인 태도가 더 문제다. 본인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문 후보는 이번 해프닝으로 안철수와의 여론조사 격차보다도 더 많은 것을 잃었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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