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간 본격 경쟁 불가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겁이 덜컥 납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밝힌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소견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연지 사흘 만에 가입자가 10만명을 돌파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3일 이후 1분당 평균 21명이 계좌를 개설한 셈이다.

   
▲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사진=케이뱅크


김 행장은 6일 열린 취임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며 “인터넷뱅크 출범으로 인해 금융환경은 변화할 것으로 보이며 굉장히 많은 고객들이 인터넷은행으로 쏠려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내부기류가 심상치 않다. 국내 첫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초반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도 은행업에 대한 본인가를 완료하면서 시중은행이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금융권 역시 인터넷은행의 성장세를 예의주시하며 금융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르면 오는 6월 카카오뱅크 역시 공식 문을 열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부터는 시중은행간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하다.

인터넷은행이 초반돌풍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편의성과 가격경쟁력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신속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고객에게 제대로 먹혔다. 여기다 시중은행보다 싼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돈을 맡기는 고객에게는 더 많은 이자를 돌려줌으로써 고객확보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실제 케이뱅크는 최근 들어 보기 드문 연 2%대의 정기예금을 선보이며 시중은행보다 0.5%가량 더 높은 이자를 책정했다.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연 2%)은 1회차 판매분 200억원이 3일 만에 완판 됐다. 시중은행서도 금융상품의 완판은 드물다. 더욱이 3일이란 최단기간에 완판을 달성하기란 더욱 힘들다.

카카오뱅크는 간편 송금을 최대 강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카카오톡 주소록을 기반으로 손쉽게 송금 상대방을 선택해 송금할 수 있다. 돈을 받는 사람이 카카오뱅크 고객이 아니더라도 송금이 가능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해외송금 서비스도 제공한다.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분의 1수준이다. 가령 현재 시중은행에서 외화 100만원을 송금하면 건당 3만~4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카카오뱅크를 이용할 경우 3000~4000원 수준이면 해외송금이 가능하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고 대출 문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인터넷은행의 돌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넘어야 할 과제인 은산분리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데 있어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단기적인 성과만을 놓고 봤을때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인한 금융권의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 말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