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특검, 한 치 양보 없는 치열한 법리 공방
이재용 부회장, 짧아진 머리에 수척한 모습으로 재판장에
[미디어펜=홍샛별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날 선 칼과 삼성의 철벽 방패가 정면 충돌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는 절박함 속에 삼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주장하는 특검측 진술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었다.

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고위 임원 5명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서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먼저 특검은 48장짜리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통해 공소 유지를 진술했다.

특검은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라며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인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및 최씨 일가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에 문강배, 송우철 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들로 구성된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삼성이 미르 및 K스포츠 재단 등에 지원한 것은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문화·체육 진흥 활동의 하나일뿐, 어떠한 ‘대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론했다. 

변호인단은 69장에 달하는 PPT 문서를 바탕으로 피고인측의 의견을 전달했다. 변호인단은 특검 팀의 공소장을 조목조목 짚어 가면서 “특검은 증거보다는 예단과 선입견에 기반해 사업 구조 개편 등 삼성의 정상적 활동까지도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 7일 오전 417호 대법정으로 향하는 서울중앙법원 서관 2층 법정출입구 5번 앞에서 참관을 희망하는 방청객들이 재판 시작 2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삼성을 수사한 이유는 특검법상 명백한 수사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서원 씨와 직접 접촉 및 지원을 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변호인단은 “똑같이 재단출연을 한 현대차와 LG는 피해자가 되고 삼성은 뇌물 공여자가 되는 등 동일한 행위에 대해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며 “이는 삼성이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미리 알고,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줬다는 섣부른 판단을 가지고 수사를 해서 그렇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짙은 회색의 정장을 입고 재판장에 들어선 이 부회장은 한층 짧아진 머리에 수척한 모습이었다. 목이 타는지 연신 물을 들이키기도 했다. 휴정 후 오후 2시께 다시 재판이 재개되자, 이 부회장은 재판장에 들어서며 재판관들에 묵례를 하기도 했다. 

한편,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지 417호 대법정으로 향하는 서울중앙법원 서관 2층 법정출입구 5번 앞에는 참관을 희망하는 방청객들이 재판 시작 2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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