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3일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7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한 이래, 이 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정부가 주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협의한 결과 총 지원액은 신규 자금 2조9000원, 출자전환 2조9000억원, 원금 상환유예 9000억원 등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원의 전제 조건은 민간 채권단의 손실분담인데, 채권단이 손실분담을 위한 채무 재조정에 실패하면 정부는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를 적용할 계획이다. 

P플랜은 일종의 법정관리지만 워크아웃처럼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다. 정부는 P플랜을 가동하더라도 국책은행과 협의해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글로벌 조선 경기 예측이 크게 빗나간 탓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산업은행의 관리 감독 부실,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이 더 근본적 원인이라는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고재호, 남상태 전 사장은 분식회계로 손실을 감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부실 경영에도 퇴직금을 각각 20억원 가까이 챙겨 논란을 낳기도 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 이행률도 지난해 29%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56%)이나 삼성중공업(40%)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다. 

대주주이기도 한 산업은행은 퇴직 임직원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면서 관리 감독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산업은행의 소홀한 관리·감독과 대우조선의 부실 경영이 낳은 총제적 산물이라는 감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고 이런 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빚어진 경영 부실이나 관리·감독 소홀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묵인·방조·지시했다는 이유로 딜로이트안진에 12개월 업무정지 징계를 확정한 데 대해 대우조선 임직원과 금융당국이 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우조선해양에 부과된 과징금 45억원도 회사가 납부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회사 임직원, 대표이사의 직무수행을 감시해야 할 이사나 감사도 분식회계를 묵인· 방조했을 수 있는데도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외한 임직원들은 처벌받지 않고 여전히 근무하고 있어 모순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감독 당국도 회계법인을 강력히 징계하는 것만으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연명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그동안 빚어진 경영 부실이나 관리·감독 소홀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