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후보다운 중량감 없이 좌클릭 헛발질 연발
15일 후보등록 전 지지율 상승 없으면 '퇴장감'
   
▲ 조우석 주필
19대 대선을 한 달밖에 안 남긴 지금 가장 속 타는 후보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 내외를 기록하면서 '링 밖의 선수' 취급을 받지만, 7일 한국갤럽 조사는 충격이었다. 불과 7%, 그건 당 지지율(8%)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이대로 간다면, 그의 개인적 한계 노정은 물론 보수정당 한국당의 위기를 부채질할 것이다. 속 타는 건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그는 안철수와 함께 아직은 양강(兩强) 구도다. 더욱이 문재인의 지지율 정체는 쉽게 설명된다. 대세론에 안주하다가 안철수에게 발목이 잡힌 경우다. 

그에 비해 홍준표의 지지율 답보 현상은 쉬 설명도 안되며 처방도 제각각이라서 더욱 치명적이다. 선거전략도 허둥지둥인데, 문재인을 때리면 안철수 좋은 일만 시켜주고, 안철수를 두고 "상왕(上王) 박지원의 허수아비"라고 비판해도 도무지 말발이 먹혀들지 않는 게 지금이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유튜브 캡

홍준표의 문제 세 가지

이대로라면 중도 하차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후보자 등록과 선거운동 시작(15~16일) 이전까지 일주일여, 이 기간에 반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최악의 결과도 배제 못한다. 지금 지지율의 3~4배에 해당하는 30%대 진입에 실패한다면, 후보 단일화 압박에 몰려 강제 퇴장당할 수도 있다. 반문 연대의 명분 아래 안철수와 단일화를 종용 받는 경우다.

그게 성사될 경우 한국당은 독자 후보도 내지 못한 불임 정당으로 추락하는데, 우파 시민사회에서는 그런 전망이 나돈다. 따져볼 일이다. 그가 왜 주저앉았을까? 당에서는 투박한 말투과 스타일의 개선을 거론하며 '젠틀맨 홍준표' 묘안을 꺼냈지만, 그건 또 한 번 실수다. 크게 보고 제대로 처방하자.

첫째 애매한 중도(中道) 코스프레가 큰 문제다. 지지층이 거의 없는 곳에 가서 명분 좋아 보이는 민주화 타령을 늘어놓고 지역화합을 하소연해보니 막상 그쪽 유권자들은 관심 없고, 고정지지층에선 콧방귀를 뀐다. 광주5.18 발언이 그랬다. 

그는 6일 광주 현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제의 발언을 줄줄이 내뱉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5·18을 폭동이라고 표현한데 대해 "억지"라고 반격했다. 대신 문재인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5·18을 헌법 전문(前文)에 넣자는 제안도 적극 환영했다.

누가 믿을까? 그렇게 하는 게 한국 민주주의 성숙이라고 한 게 홍준표다. 상식이지만 민주당은 임정만을 말하고 4.19와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87년 항쟁을 언급할 뿐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의도적으로 제외시키는 '운동권 정당'이다. 그래서 당 강령조차 왜곡됐고, 대한민국 부정세력이란 비판을 받는데, 왜 홍준표가 이걸 거드는가?

그는 문재인의 선거운동원이고, 한국당은 민주당의 2중대인가? 그걸 묻지 않을 수 없는데, 내 판단에 그의 중도 코스프레는 '쇼'가 아니다. 현대사에 대한 균형 잡힌 안목이 없음을 드러냈을 뿐인데, 그게 다가 아니다. 보수당 후보다운 국방외교관도 심각하게 결여됐다.

결정적인 게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발언이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비견되는 반인륜적 범죄"라며 "그런 범죄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고 외교가 아닌 뒷거래"라고 시종일관 주장한다.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5당 대선 후보 전부가 위안부 합의 파기를 주장해도 홍준표만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

왜 그럴까? 위기의 한반도 상황에서 한일관계 정상화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명제다. 한미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핵심이기도 하다. 반일-친중-반미라는 좌익의 논리를 꿰뚫어야 할 그가 외려 좌익 편을 들어준다? 그러곤 위안부 소녀상 앞에 꽃다발을 갖다 바친다?

질문은 이어진다. 왜 그는 반세기도 넘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란 역사적 돌파구를 뚫었던 박정희의 안목과 시야를 닮지 못하는가? 그의 위안부 합의 파기 발언은 이른바 국민정서에 영합하는 '외교안보 포퓰리즘'일 뿐이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6일 오전 광주 북구 한국당 광주시당에서 가진 호남·제주권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의미하는 야구배트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사진=홍준표 캠프 홈페이지

태극기세력 발로 찬 건 자살골
 
홍준표 지지율 정체현상의 세 번째 요인은 태극기 세력 폄하 탓이다. 끌어안아야 할 대상을 발로 찬 그는 정치적 자살골을 넣은 꼴인데,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 "춘향이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였다. 탄핵 당해도 싸다"고 독설을 날린 대목이다

당초 선거판에 도움이 된다면 지게작대기라도 빌려와야 한다고 말했던 게 누구였던가? 난쟁이 후보 유승민과의 단일화에는 목매면서, 태극기 세력은 우습게 보는 그의 이중잣대도 어설프다. 상황이 이러하니 애국신당 새누리가 새롭게 창당되고, 지금 그들은 홍준표라면 부르르 떤다. 

애시당초 나는 밝혔다. 홍준표의 2% 부족한 측면을 보완하려면, 바른정당과의 통합만큼 태극기세력을 끌어안는 큰 과제이며, 그래야 그가 큰바위얼굴이 된다고 언명했다. 이 모든 걸 감안한다면, 그는 아직은 정치적 품이 그렇게 넓지 않다는 뜻일까?

자, 마무리다. 그에게 반전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대선판 지지율이란 것은 본디 출렁이는 법인데, 앞으로 한 번 내지 두 번 크게 요동을 칠 것이다. 이 기회를 잡아 앞으로 10일 이내에 홍준표 지지율을 20% 후반대로 왕창 끌어 올려야 한다.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이 과제를 전투력과 노련함을 가진 홍준표가 우선 달성해야 한다. 중요한 건 보수 지지층 40%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확신이다.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이념지형이 무너졌고, 대거 좌클릭을 했다지만, 그걸 되찾아오는 과제가 홍준표에게 달려있다. 반복하지만, 핵심은 보수의 가치에 충실한 홍준표로 돌아오는 게 정답이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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