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형님뻘인 증권사보다 아우뻘인 자산 운용사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과거에는 증권사의 자회사 개념으로 치부되던 자산운용사들이 의외의 선전을 함으로써 이들의 '영업 비밀'을 한 수 배우려는 증권사들도 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가 특별히 대단한 영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만, 펀드 수탁고가 줄지 않음으로써 운용 수수료 수입이 줄지 않은 것이 영업 실적 선방의 이유로 보고 있다. 때문에 형님뻘인 증권사들은 이제 위택매매수수료 수입에만 기대지 말고 IB(투자은행) 업무등 영업 다변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사 11년만에 적자...자산운용사 실적 선방

증시 침체로 거래대금이 말라붙으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작년 한해 너 나 할 것 없이 우울한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에 따르면 2013 회계연도(4~12월) 증권사들은 107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002년 이후 12년만에 최초로 적자 전환했다. 전체 42개 증권사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19개사에 달했고 전체 적자는 1756억 원에 달했다.

   
▲ 증시 침체로 거래대금이 말라붙으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작년 한해 너 나 할 것 없이 우울한 실적을 기록했다/뉴시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증권사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지점과 애널리스트를 조직을 축소하는 등 고정비를 줄였지만 이익금 감소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반면 증권사들의 자회사 쯤으로 치부되던 자산운용사들은 실적이 괜찮았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산운용회사, 3분기(10~12월) 영업실적'에 따르면 전체 자산운용사의 2013회계년도 3분기 영업이익은 1428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39억원(11%) 증가했다. 이는 주가 상승 등으로 펀드 운용 수수료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순이익도 큰 폭의 영업외이익 발생으로 전분기대비 302억원(30.5%) 늘어난 12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운용사 전체 영업규모도 628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원 증가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영업 중심은 기존의 펀드에서 투자일임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이는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을 줬다.

펀드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340조원에서 9월말 339조원, 12월말 335조원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 반면, 투자일임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289조원에서 12월 말에는 293조원으로 늘어났다.

◇ 증권사 턴어라운드 위해서 수익구조 다변화·해외진출 힘써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금융투자업계 내의 업황 차별화에 대해 자산운용사만의 특별한 비밀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부진으로 수익이 급감한데 비해 자산운용사는 펀드 운용 수수료가 소폭으로 증가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연구원은 "운용사는 고객들이 펀드를 말긴 돈에서 수수료가 나오는데 증권사는 거래대금이 줄어 비용을 절감하는 것 만으로 매출이 늘지 않아서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은 이같은 금융투자업계 내의 업황 차별화에 대해 자산운용사만의 특별한 비밀은 없다고 보고 있다.다만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부진으로 수익이 급감한데 비해 자산운용사는 펀드 운용 수수료가 소폭으로 증가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뉴시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수익이 턴어라운드 하려면 대략 세가지 정도의 조건이 충족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주식 시장이 상승장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수가 올라가면 자연스레 주식시장으로 관심이 쏠리고 이는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져 수익이 증가한다는 논리다.

다음으로 IB 업무 중심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최대 70% 가량 위탁매매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같은 수익 구조에서 탈피해 기업금융 부문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 IB가 거래대금과 관계없이 수익을 창출하는 점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소리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해외진출이다. 우리나라 산업 규모가 정체돼 있는 가운데 해외 진출로 새로운 먹거리르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실장은 "우리나라 증권사는 주식시장이 부진하고 업황이 안좋으면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증권사들이 주식매매수 수료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고 IB 업무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