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청약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일부 지방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웃돈(프리미엄)은 고사하고 분양가를 밑도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반면, 분양 초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수도권 외곽 지역은 웃돈이 붙어 거래가 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도권 강세 지방 약세'라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분양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국토교통부와 금융결제원,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분양한 '엘시티 더샵'은 한 채당 수십억원대의 최고급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에서 1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고, 분양 당시 프리미엄이 1~2억원을 호가했다. 

그러나 1년6개월여 지난 지금은 분위기가 잠잠하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용면적 161㎡(19층)는 지난 1월 14억58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는 분양가와 별반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해운대구 P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당시에는 매물을 찾는 전화가 상당했는데 지금은 잠잠하다"며 "분양시장 침체 탓인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단지도 웃돈이 2000만~3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시세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과 함께 지방 분양시장 열기를 이끌었던 경남 창원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중동 유니시티'(1~4단지)는 20만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웃돈이 당초 예상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지 H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당시 웃돈이 1억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절반 수수준에 머물렀다"며 "지금은 그나마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 최근 지방 청약시장을 이끌던 부산과 창원의 일부 단지에서 분양권 웃돈이 없거나 마이너스 가격이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 분양시장의 경우 전매제한이 없는 만큼 전국에서 청약자가 몰려 실수요자가 제한돼 입주가 다가오면서 웃돈이 낮아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선업 구조조정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일부 단지는 분양가를 밑도는 곳도 있다.

지난 2015년 1월 분양한 '감계 푸르지오'의 경우 최근 전용면적 84㎡가 거래됐는데, 실거래가를 보면 분양가보다 1000만원 정도 낮다. 이 아파트는 청약당시 1순위 경쟁률이 평균 5대 1이었다. 

지방 분양권 시장과 달리 수도권은 비교적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2년 시흥배곧신도시에서 분양한 '호반베르디움 1차'는 분양 당시 초기 계약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했고, 분양가를 밑도는 가격에도 매수자가 없어 거래가 안될 정도로 고전을 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모두 극복하고 오히려 3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꽤 있었던 파주 운정신도시도 최근에는 '완판'은 물론, 적지 않은 웃돈도 붙어 거래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은 전매제한이 없어서인지 전국에서 청약자가 몰리면서 청약률과 실수요간에 괴리가 상당해 입주시점이 다가올수록 웃돈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에서는 분양권 프리미엄을 크게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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