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시 호황 기대감이 여전하지만 정작 증권업계 분위기는 좋지 않다. 순이익 감소추세가 뚜렷한 데다 미래에셋대우‧KB증권 등 합병으로 탄생한 대형 증권사들은 손실자산에 따른 대손충당금 부담이 만만찮다. 이 가운데 증권업계 임직원 숫자는 금융위기 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업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업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순이익 감소추세가 뚜렷하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 증권사 53곳이 거둔 순이익은 2조 1338억원으로 2015년 대비 무려 33.9% 감소했다. 감소액만 1조 930억원 수준이다.

주식 관련 이익은 약 3150억원을 기록해 2015년 대비 41.5% 감소했으며 채권 관련 이익도 23.6% 줄어든 3조 9810억원에 그쳤다. 파생상품관련 손실도 15.2%로 불어 1조 8439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수탁 수수료 감소에 따라 전체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5.5% 줄어든 7조 4912억원에 불과했다.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추정손실 자산 규모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 추정손실이란 채무상환능력이 약화해 손실 처리가 불가피한 자산을 의미한다. 해당 금액 100%는 회계상 대손충당금으로 적립된다.

미래에셋대우의 추정손실 자산은 약 1700억원, 현대증권을 합병한 KB증권의 경우 약 876억원의 추정손실을 봤다. 이들 두 회사가의 손실 규모는 전체 증권업계 추정손실의 약 42% 수준이다. 이들의 추정손실이 특히 큰 것은 회사 합병 등의 과정에서 추정손실 자산을 그대로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증권업계 임직원 숫자는 금융위기 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증권사 임직원 수는 3만 5699명을 기록해 3만 6161명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462명 감소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임직원 수가 가장 많았던 2011년(4만 4055명)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를 보여 그때에 비하면 인력 수준은 약 8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초대형 IB 설립을 준비하면서 업계에 화려한 수식어들이 많아졌지만 정작 내실을 보면 회계적 손실이나 조직융합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면서 “국내 증시가 부활한들 증권업계가 그 상황을 감당할 내공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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