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도지사 "세금 더 걷지 않으면 기초연금 실현 불가"

 
"특정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유권자들이 스스로 조세 부담을 더하겠다는 결의의 표현이어야 합니다. 이 결의 없이는 20만원 기초 노령 연금도 못 지키게 돼 있습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지방자치,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 강연에서 "유권자 지지와 공약을 교환하려는 선거 정책은 시혜적"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안 지사는 단계적이고 시혜적인 선거 공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 지사는 "선거 양상은 '무엇을 해줄 테니 당신이 나를 지지해달라'는 식"이라며 "독재자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민주주의에서는 누가 대신해서 해결된다는 논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유권자) 자신이 재정과 세금을 책임지겠다는 결의의 표현이 공약 이행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가만히 있어도 무엇을 해주겠다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1세기 민주주의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갑과 을, 손님과 주인이라는 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2008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 후보 전당대회에 참석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국내 정치의 시혜성 정책을 비판했다.
 
 안 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는 '무엇을 해주겠다'는 말이 없었다"며 "이 땅은 도전과 기회의 땅이라며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다고 한 것이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영업사원에 비유하며 "상품의 가격을 깎아서 고객을 늘리려 하지 말고 상품에 대한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해 상품을 팔 생각을 해야 한다"며 "현재 정치는 선거가 거듭될수록 자신의 공약 '가격'을 깎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도지사는 국내 민주주의를 재설계하는 방법으로 지방자치를 꼽았다.
 
 안 도지사는 "지방자치를 하면 국민이 주권을 갖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며 "주권재민이 확산될 때 시민사회와 시장 영역이 국가·관료 사회와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시대와 같은 국가주의적 발전 전략은 이 시대와 맞지 않다"며 "나라가 작고 공무원들이 무능하다며 지방자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방자치는 역사적 필연"이라고 덧붙였다.
 
 안 도지사는 이를 위해 주권자의 눈높이에서 지방자치를 다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또 기초·광역·중앙정부가 각각의 역할을 할 것을 당부했다.
 
 안 도지사는 "국가의 기본 역할은 외교·국방·안보와 국민 생활의 요구를 충족해주는 것"이라며 "중앙정부는 국가 장기 비전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기초단위 정부는 지방의 생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재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7개 시·도 등은 생활정부와 중앙정부의 중간 단위"라며 "세계화와 장차 올 통일 시대에 대비해 연방제 수준의 광역 정부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