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지원의 미흡함을 질책 받은 후 승마 지원을 제대로 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그것이 최순실(61)씨 딸 정유라와 관련 있다는 것은 몰랐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부회장 등 재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2015년 7월25일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단독 면담하는 자리에서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임에도 승마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취지로 이 부회장을 질책한 바 있다.

최 전 실장은 이에 대해 특검에게 "이 부회장이 굉장히 당황하면서 '내가 왜 대통령한테 야단을 맞아야 하냐'고 박상진 사장을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이 '앞으로 야단 맞지 않게 승마 지원을 제대로 준비하세요'라고 말했다"며 "이 부회장이 그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 봤다"고 진술했다.

최 전 실장은 또한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제가 지고 이 부회장은 책임지지 않게 할 생각으로 대통령의 승마 훈련 지원 지시가 최씨 딸 정유라와 관련 있다는 것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 2015년 7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 면담하고서 승마 지원이 부족하다며 질책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최 전 실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이 부회장이 모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삼성의 정유라 지원 이후 이 부회장에게는 '좋은 말을 사주었고 선수들 훈련비도 대주고 있기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야단 맞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승마와 관련한 구체적 지원 금액이나 정유라 씨에 관해 이 부회장에게는 전혀 전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최 전 실장의 이러한 진술은 이 부회장측 기존 입장을 뒷받침한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은 일관되게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가족도 아니고 수입·지출을 함께 관리하지도 않았다"며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한 것은 어느모로 보나 법리적으로 잘못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및 정유라 승마 지원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관련 배후에 최씨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고, 최씨에게 흘러간 금품을 박 전 대통령이 받았다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이 3차례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이 부회장 측의 반박 논리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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