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국정원 가진 방법으로 北입장 확인' 언급…묻지않고 확인할길 없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기권하기 전 찬성 여부를 북한 김정일 정권에 물었다는 일명 '대북 결재' 의혹을 거듭 부인한 게 말바꾸기라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나왔다.

문재인 후보가 불과 약 2달 전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에 출연해 대북 결재 사건의 진상이 담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과 사실관계가 대부분 일치하는 언급을 남긴 것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15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가 최근 SBS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의혹을 거듭 부인한 사실을 거론한 뒤 "놀랍게도 두달전 2월9일 JTBC 썰전에 나와서는 2007년 결의안을 표결하기 전 북한과 내통했음을 시인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 지난 13일 진행된 SBS·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여부를 북한 김정일 정권에게 물었느냐고 추궁하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니다"고 부인한 바 있다./사진=하태경 의원실 제공


지난 2월9일 썰전 방송분에 따르면 문 후보는 "결의안 기권이 결정된 후에도 계속해서 (송민순 장관이)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워낙에 강하게 찬성을 주장하니까 다시 회의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송 장관이 '(북한인권결의안) 찬성에 대해 북한도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이 반발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찬성해야 한다. 그래야 외교부 장관 입장, 체면도 서고 후속회담을 하면서도 보수층의 지지도 더 받을 수 있고. 그렇다면 찬성으로 갈 참이니까 (북한에) 확인해주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서 국정원이 가진 방법으로 확인해 보기로 한 것인데, 답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반발이 심할 것 같고 자칫하면 후속 회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여서 다시 기권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태경 의원은 "문 후보가 과연 관심법이라는 신명한 능력이 있어서 물어보지 않고 확인했겠느냐"며 "물어보지 않고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직격했다.

또한 "SBS토론회에서 '송 전 장관 회고록이 엉터리냐'고 물으니 '엉터리'라고 했는데 회고록과 썰전 내용을 비교하면 똑같다"고 지적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송 전 장관은 인권결의안에 적극 찬성했었고, 청와대는 기권을 잠정 결정한 상태였지만 주무 장관의 강력한 찬성에 따라 2007년 11월18일 서별관 회의를 재차 열었다.

회의에서 송 전 장관은 유엔 남북 대표부 접촉 결과 한국이 찬성하더라도 북측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황을 참석자들에게 전했다. 이것이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측의 입장을 확인해보자고 제안한 계기가 됐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내렸다.

이후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20일 '아세안+3' 회의 참석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문 후보가 설명한 북측 입장과 같은 취지의 쪽지를 백종천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건네받았다.

   
▲ 바른정당 선거대책위원회 검증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이 15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9일 JTBC '썰전'에 출연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발언을 공개, 이달 13일 진행된 SBS·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 대선후보 TV토론에서의 발언과 대조했다./사진=하태경 의원실 제공


하 의원은 이날 문 후보의 세 차례에 걸친 입장 변화를 총정리해 비판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우선 지난 10월15일 페이스북에 '노무현 정부에게서 배워라'라는 글을 올려 "노무현 대통령은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다수 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했다"며 "치열한 토론이 있었기에 단순한 찬반 결정을 넘어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었다"고 기권이 옳은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강변했다.

그러나 다음날 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유엔인권결의안에 대해 기권하기로 했다는 결정을 북한에 전달하기로 했다"며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고 '대북 결재' 논란에서 발을 뺐다.

하지만 문 후보 본인이 올해 2월 썰전에 출연해 국정원을 통해 북측의 입장을 확인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2달여 지난 최근 대선후보 토론에서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관련 추궁에 정반대로 "송 전 장관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는 주장을 폈다.

하 의원은 "대선후보가 온 국민이 보는 방송에 나와 이렇게까지 말바꾸기를 할 수 있느냐"라며 "2007년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문 후보는 어떻게 할 것이냐. 사드 문제도 다음 정부로 넘기자고 했는데,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하자는 건지 문 후보는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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