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일부 인기 분양사업장을 중심으로 고분양가 책정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심사 강화 카드가 조금씩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분양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보증제한이라는 규제에 막혀 일정이 늦어지는 것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완판'을 이끌어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착한 분양가'를  내세우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HUG의 보증심사 강화 '약발'이 먹히고 있는 셈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UG는 분양가 적정성을 검토해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의 110%를 초과할 경우 분양 보증을 거절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HUG로부터 보증심사 퇴짜를 맞아 당초 3.3㎡당 평균 분양가를 4457만원에서 4137만원으로 낮춘 뒤에야 분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올해 수도권 재건축 사업장에서 최고 관심지역으로 꼽히는 과천주공1단지의 경우 3.3㎡당 33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알려지자 HUG는 과천도 강남4구와 함께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는 보증심사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HUG가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 올 수 있는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보증심사 거부 카드를 꺼내들면서 반대로 분양 전부터 가격을 낮추고 있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들어간 '힐스테이트 암사'는 전용면적 84㎡ 기준(17층 이상) 3.3㎡당 평균 2038만원 수준이다. 한 때 24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는 예상과 비교하면 300만원 이상 낮아진 가격이다. 그래서인지 견본주택 현장 등 현지에서는 청약경쟁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암사동 P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상보다 훨씬 밑도는 분양가에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문의도 상당하다"며 "올해 분양시장 판도를 예측하기 힘들어진만큼 완판을 서두르기 위한 건설사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HUG의 분양보증심사 보류 카드의 '약발'이 먹히고 있는 모습이다. 고분양가 책정을 마다하지 않던 건설사들이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주 분양한 '힐스테이트 암사' 견본주택 현장. 이 단지는 당초 예상분양가가 2400만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 가격은 낮았다.

강동구 고덕7단지를 재건축하는 '롯데캐슬 베네루체'(1859가구)도 '몸사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롯데건설과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단지의 예상 평균 분양가는 3.3㎡당 2200만원대로 당초 예상 금액인 2300만~2400만원대보다 낮다.

이는 지난해 10월 인근에 분양한 '고덕 그라시움'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2338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낮은 가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분양시장 분위기를 보면 입주대란과 미국발 금리인상 등 악재가 상당한 상황에서 일정이 연기되는 것 보다는 하루라도 빨라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무리 짓는게 유리하다"며 "하반기 들어서면 부동산 정책 노선 변경이 확실시 되는 만큼 가격 책정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분양가 하락은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만큼 투자세력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주기 때문에 당첨확률이 낮아지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11·3 대책 이후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건전성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HUG 분양보증 제한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청약과열 양상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입주시점까지 전매가 금지된 곳은 투자자의 진입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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