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SK 와이번스의 약점이 너무 커 보인다. 마운드의 '허리'가 좀처럼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SK는 2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3-8로 졌다.

   
▲ 프로야구 뉴시스 자료 사진

이날 경기의 패인을 하나로 콕 집을 수는 없으나 또 다시 SK의 약점이 두드러져 보였다. 바로 선발에서 마무리투수 박희수까지 연결되는 마운드의 '허리'다.

김광현, 윤희상, 조조 레이예스, 로스 울프가 포진하고 있는 SK 선발진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마무리투수 박희수도 건재하다. 하지만 이렇다할 셋업맨과 중간계투진이 없어 시즌 전부터 약점으로 꼽혀왔다.

개막 이후 SK는 이 약점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의 이만수(56) 감독은 "우리 중간계투진에 경험 많은 선수가 많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바람은 좀처럼 현실이 되지 않고 있다.

개막 2연전부터 이런 모습이 보였다.

SK는 지난달 29일 넥센과의 개막전에서 4-1로 끌려가다가 2점을 만회해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박정배가 ⅓이닝 2실점으로 무너져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진해수와 임경완이 각각 실점해 3-8로 졌다.

다음날에도 6-4로 이겼으나 3-2로 앞서가다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백인식이 부진해 역전을 당했다. 백인식은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2실점을 기록했다.

전날 잠실 LG전에서도 SK는 불펜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9회에 2점을 헌납했고, 만루 위기까지 자초했다. 결국 5점 차임에도 마무리투수 박희수를 투입해야했다.

이날도 윤희상의 뒤를 이어 나온 투수들이 모두 아쉬운 모습을 노출했다.

이 감독은 3-1로 앞서가던 6회말 윤희상이 1사 만루의 위기를 만든 뒤 김용의에게 동점 2루타를 얻어맞자 왼손 투수 진해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미 동점이 된 상황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이 중간계투진의 역할이다. 하지만 진해수는 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3-3으로 맞선 6회 1사 2,3루의 위기에 등판한 진해수는 박용택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2점 차라면 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는 상황. 이 감독은 2사 2루에서 오른손 타자 정성훈이 나오자 전날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윤길현을 투입했다. 그러나 윤길현은 내야안타를 맞고 박용택의 득점을 허용했다.

벨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며 흔들린 윤길현은 2사 1, 2루에서 '큰' 이병규(등번호 9번)에게 적시 2루타까지 얻어맞았다.

6회에 불펜이 무너지면서 4점차로 뒤처진 SK는 추격의 동력을 잃고 말았다. 8회 이재영이 1실점하면서 SK는 승기를 완전히 LG에 내주고 말았다.

이재영은 제구가 잘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정성훈의 몸에 맞는 볼을 던질 뻔 해 경고를 받았다. 그는 1사 1, 3루의 위기를 자초한 후 희생플라이를 헌납했다.

투수들도 기복이 있다고 하지만 SK 불펜진은 계속해서 근심을 더해주고 있다. 불펜의 힘을 끌어올리려고 지난 시즌 막판 선발로 뛰었던 백인식을 중간계투로 돌렸지만 이도 통하지 않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 감독의 머리가 많이 아픈 상황이다.

이날 경기 후 이 감독은 "준비를 잘해서 내일은 좋은 경기를 하겠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덕아웃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