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592억원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8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65) 전 대통령을 두고 앞으로 치열한 법정공방이 전망된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까지 불러온 이번 수사는 지난해 9월29일 특수본 수사 착수 이후 특검을 거쳐 201일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지만, 박 전 대통령 등 관계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공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격돌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가 박 전 대통령 1심재판을 맡은 가운데,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5월 중순에 첫 재판이 열리고 1심 선고는 10~11월로 관측되고 있다.

재판에서의 최대 쟁점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인정 여부다. 형량이 가장 높으면서도 삼성·롯데 등 기업 총수들의 운명까지 좌우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줄곧 "재단 설립은 모두 좋은 뜻으로 한 일이며 사익을 추구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박 전 대통령 간의 경제적 공동체 관계를 규정하고 부정청탁의 존재가 실체적으로 드러나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강요해서 받았는데 뇌물’이라는 강요·뇌물죄 동시 적용의 모순을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다퉈 볼 만한 쟁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 변호인단에 몸담았던 모 변호사는 “뇌물혐의 인정을 위해선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 여부가 필수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면서 “삼성, 롯데 등 기업들이 제공했다고 검찰이 판단한 금원의 구체적인 대가성과 그 연결고리가 증명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592억원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8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직권남용과 뇌물죄를 동시적용한 검찰 논리는 두 기업이 부정청탁에 적극 나선 뇌물공여자면서 박 전 대통령의 강압에 따른 피해자라는 이중성을 담고 있다”며 “앞서 진행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결과가 박 전 대통령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이와 관련 “뇌물공여자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뇌물수수자도 혐의를 벗기 어렵다”면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대법원이 대통령의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한 바 있기에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포괄적 뇌물죄로 갈 여지도 크다”고 설명했다.

향후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최대 관건은 결국 법원의 증거인용 여부에 달려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기업 간의 거래를 직접 목격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은 “문화융성이라는 정책 의도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는 것이며, 삼성 역시 “합병 및 경영권 승계 등 기업 현안에 대해 청탁한 적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재판에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및 관련자들 진술에 의존하고,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러한 점을 완강히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인사는 이와 관련해 “경제적공동체와 뇌물죄의 핵심은 최순실 혹은 재단이 받은 돈을 박 전 대통령이 함께 향유할 수 있었는지 여부”라며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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