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공정·프로세스…'무결점' 무풍에어컨 생산
정밀금형개발센터, 삼성 가전 ‘완벽’의 전진기지
[광주/미디어펜=조한진 기자]‘무풍(無風)’ 삼성전자를 웃음 짓게 하는 단어다. ‘차고 강한바람’이 덕목으로 꼽히던 에어컨 시장에 삼성전자는 역발상 제품으로 시장의 판을 바꿨다. 바로 무풍 에어컨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 ‘무풍에어컨’은 차가운 바람이 몸에 직접 닿는 것이 불편하고, 건강을 염려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제품이다. 바람 없이 실내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무풍 에어컨은 지난해 1월 출시된 후 누적 판매량 35만대를 넘기며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스탠드형에 이어 삼성전자는 올해 벽걸이현 무풍 에어컨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 삼성전자 직원들이 18일 광주 오선동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삼성 무풍에어컨'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유 있는 ‘무풍’의 성공…최고 제품은 혁신 공정에서

무풍 에어컨의 출생지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다. 광주사업장은 약 70만㎡(약 21만2000평)의 부지에 3개의 캠퍼스로 구성돼 있다. 임직원 3천5000여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하남산업단지에 자리잡은 1,2 캠퍼스는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생활가전 제품은 물론, 모터·콤프레서와 같은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프리미엄 가전의 전진 기지다.

18일 찾은 광주사업장에서는 쉴 틈 없이 무풍에어컨이 생산되고 있었다. 지난해 찜통더위에 고생한 소비자들이 에어컨을 서둘러 준비하면서 공장은 이미 풀가동 상태다. 19일부터는 2교대 시스템을 도입해 주야간 에어컨을 생산 체제에 들어간다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귀띔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첫 인상은 '깔끔하다'였다.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메인 게인트에는 신발 먼지흡입기가 설치돼 이물 유입을 최소화 하고 있었다. 출입구부터 삼성전자의 ‘품질완벽 주의’가 느껴졌다. 내부에는 자동으로 부품을 실어 나르는 AVG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직원들은 에어컨 생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무풍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 가 생산되는 이 공장은 총 6개 라인, 14개 셀로로 구성돼 있다. 투입·조립·검사·완성· 출하의 5단계 과정으로 완제품을 생산한다.

무풍에어컨 생산라인은 자재 투입과 사전 부품 조립 공정 대부분이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람의 손이 필요한 비정형작업을 제외하면 총 자동화율은 68% 수준이라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생산라인도 흐름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제품 검사·완성품 조립과 같이 숙련된 작업자의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 공정을 모듈 생산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등 융합형 제조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 결과 과거 컨베이어벨트 생산방식보다 생산성은 25% 향상됐고, 불량률은 50% 내려가며 ‘스마트 팩토리’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존 컨베이어벨트 생산 방식은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라인이 멈추는 문제가 있었다.이 때문에 생산라인 근로자들의 부담도 컸다. 삼성전자는 설비 실무관계자들이 포함된 테스크포스 등의 검토를 걸쳐 현재의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 삼성전자 직원들이 18일 광주 오선동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삼성 무풍에어컨'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무풍에어컨을 생산하면서 품질관리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 제품은 직경 1㎜수준의 마이크로 홀을 13만5000개나 갖고 있어 육안만으로는 제조 품질을 완벽하게 검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3차원(3D) 스캔 기법’을 새롭게 적용, 홀 막힘·이물 침투·갭 불량 등을 검출할 수 있도록 했다. ‘3D 스캔 기법’이란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해 초고속으로 제품의 외관 상태를 촬영한 후 3차원으로 이미지를 판독해 합격·불합격 판정을 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또 이 공장에는 설비온도 자율보정시스템을 운연하고 있다. 용접을 하는 토치의 불꽃부터 실외기를 포장하는 체결기의 온도까지 오차범위를 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생산라인 직원들의 숙련도 향상에도 삼성전자는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사이버 트레이닝 시스템’을 도입해 신규 인력의 기술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사이버 트레이닝 시스템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실제 조립과정을 경험하며 숙련도를 높이는 시스템이다.

공장 관계자는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신경쓰고 있다”며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공정과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라인 내부에는 ‘과제발굴현황’이라는 서류도 눈에 띄었다. 이 서류에는 ‘추진내용-담장자-발굴일-완료일’ 등의 항목이 있었다. 이는 직원들이 생산 현장의 문제점을 직접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0.001 ㎜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금형개발센터

광주사업장 1,2 캠퍼스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정밀금형개발센터’도 삼성전자 가전 경쟁력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시설이다. 정밀금형개발센터는 2010년 약 2만5000㎡(약 7700평)의 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 국내 최고의 금형 연구·생산 시설이다.

이 센터는 가공·사출·프레스·밀링머신 등 최첨단 금형 장비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공정을 100% 자동화해 24시간 무인 가동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고품질·단납기 금형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정밀금형개발센터는 셰프컬렉션 냉장고, 무풍에어컨 등 중·대형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금형 제작을 담당하는 등 삼성전자 가전제품의 디자인과 완성도를 결정하는 핵심 시설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삼성전자 전체 금형 생산의 10%(금액기준)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출 후 바로 조립이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금형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직원이 18일 광주 정밀금형개발센터에서 초정밀 가공 밀링기를 통해 금형 부품을 가공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금형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원재료를 가공해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데 필요한 틀이다. 삼성 무풍에어컨의 상징인 마이크로 홀과 메탈 몸체 역시 삼성전자의 첨단 금형 설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무풍에어컨에 적용된 13만5000개의 마이크로 홀은 직경이 1㎜밖에 되지 않아 기존 프레스 금형 기술로는 구현이 어려웠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전자는 금형의 공차가 머리카락 두께의 20분의 1인 0.005mm를 유지할 수 있도록 초정밀 가공 기술을 확보했다. 수백개의 펀치가 파손없이 13만5000개의 미세한 홀을 만들 수 있도록 고속 타공이 가능한 프레스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이 최첨단 금형 설비를 활용해 다양한 디자인과 새로운 공법을 즉각적으로 실험·적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박재홍 수석은 “정밀 가공을 통해 금형의 품질 향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타사 엔지니어들이 금형의 코어 디자인만 보고도 제품의 디자인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 유지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전자 정밀금형개발센터는 지역 대학·연구소와의 연계를 통한 원천 기술 개발, 협력사 대상 금형 설계·레이저 열처리·주요 가공 기법 등 핵심 기술과 노하우 전수, 지역 금형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정광명 삼성전자 광주지원팀장 상무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차별화된 제품, 최첨단 기술이 만들어지는 삼성전자 프리미엄 가전의 심장”이라며 “최근 많은 사랑과 인기를 받고 있는 무풍에어컨을 비롯해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