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상장사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전환 종류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면서 구체적인 전환 사유를 정관에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388개사를 분석한 결과 12개사가 올해 주총에서 전환 종류주식 발행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 가운데 회사에 전환권이 주어진 종류주식을 정관에 규정한 회사는 10개사다.

'종류주식'이란 특수한 내용의 권리를 부여한 주식을 가리킨다. 그 권리는 '이익 배당', '의결권 배제 또는 제한', '주식 전환' 등으로 다양하다.

'전환 종류주식'이란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전환권)가 주어진 주식이다. 기존에는 우선주와 보통주 간의 전환이 가능한 '전환주식'만이 허용됐다. 하지만 2011년 '기업과 투자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준다'는 취지로 상법이 개정되면서 다양한 종류주식간 전환이 가능해졌다.

더욱이 상법 개정으로 회사가 전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전환 종류주식'도 발행될 수 있다. 이 경우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인수합병(M&A) 시도가 이뤄지더라도 '전환 종류주식'을 통해 의결권을 강화함으로써 손쉽게 대응할 수 있다.

개정 상법은 이같은 주주권익 훼손 우려를 막기 위해 종류주식의 내용과 수를 미리 정관에 반영하도록 했다. 특히 '전환 종류주식'의 경우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환이 가능한 사유'를 정관에 명시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일부 상장사들은 정관 변경 과정에서 종류주식의 전환 사유를 정관에 명시하지 않아 기존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두산그룹의 경우 두산·두산건설·두산엔진·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 등 5개 계열사 주총에서 '회사 전환 종류주식'을 도입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변경된 정관에는 '회사가 발행할 주식의 종류는 기명식 보통주식과 기명식 종류주식으로 한다. 종류주식 발행시 이사회의 결의로 그 주식을 주주 또는 회사가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전환주식)으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전환 사유를 정관에 명시하지 않았다. 대신 '회사가 전환을 할 수 있는 사유, 전환조건, 전환으로 인해 발행할 주식의 수와 내용은 주식 발행 시 이사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해당 사유를 정할 권리를 정관에 명시한 게 아니라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의 경영 책임을 묻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묻지마 주식' 발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