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보호비상...실패한 미국 보수공개모델, 왜 따라가나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2일 여의도 전경련센터내 자유경제원 세미나실에서 상장사 등기임원의 연봉 공개 문제와 관련, <등기임원 연봉 공개 논란 속 폄하된 기업가 정신, 어떻게 대응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등기임원들의 연봉공개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개선방안을 모색하기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세미나는 현진권 원장이 원장 취임이후 개최하는 첫 이슈토론회였다. 현원장이 사회를 맡았고,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에는 김선동 동국대 법학과 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가했다. 현진권 원장은 "잘못된 여론반응을 바로잡고, 올바른 기업가정신이 성장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위한 정책적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현진권 원장은 "한국은  이제 막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비효율과 방만함에 부패한 공공부분을 개혁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그 중심에 진정으로 기업가 정신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사회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한다면 이런 규제 개혁 정책 역시 사상누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다음은 전삼현 교수의 주제발표문 전문이다.

I. 문제제기

2013년 5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2014년 정기사업보고서에 상장사 임원 개인별 5억원 이상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을 기재함으로써 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자본시장법 제159조 제2항 제3호).
최근 상장기업들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면서 5억 원 이상 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됐다. 일반 근로자들과 임금을 비교하면서 보수가 과다한지를 두고 논란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오너 일가의 비등기 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되지 않는 허점이 노출되었다고 하면서 비등기임원들의 보수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보수공개는 프라이버시와 영업비밀을 공개토록 함으로써 오히려 경영활동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들도 있다.

   

▲ 상장사 등기임원들의 연봉공개는 기업가 정신을 폄하하고, 책임경영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국내 상장사들은 이미 주총에서 주주들이 임원들의 보수한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수한 제도이다. 반면 미국은 주총이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실패한 모델이다. 연봉공개는 부실기업이나 적자기업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등 자본시장법 개정이 시급하다. 삼성전자의 매장 모습.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지속될수록 국가경제는 물론이고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부정적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 내에 현재 진행되는 쟁점들을 검토한 후 이에 대한 해결방안의 모색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쟁점으로는 첫째,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보수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많은가 하는 점이다. 둘째, 개별 임원들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입법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셋째, 국민의 알권리와 임원들의 프라이버시권 중 어느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II. 쟁점 검토

1. 우리나라 임원들의 보수 과다여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2013년 10대그룹 상장사 임원의 평균 보수는 10억4000만원으로 일반 직원들의 평균 보수 7500만원보다 14배 가까이 많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룹별로는 삼성그룹 임원이 평균 16억7000여만 원을 받아 가장 많았고 SK그룹 임원이 평균 12억6000여만 원, 현대차그룹 임원은 평균 11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2014년 3월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CEO들의 보수가 최고 67억7300만원(스톡옵션 포함) 었다고 한다.
 

이는 비하여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스톡옵션을 포함하여 지난 3년간 연평균3780만달러(약 402억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한다. 참고로 팀쿡은 2011년 무려 3억7618만달러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포함해 3억7800만달러(약 4011억원)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된 애플 경영진 5명의 평균연봉도 6240만달러로 삼성전자의 8배를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 근로자와 CEO의 소득 격차도 미국이 354배, 일본이 67배, 삼성전자의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54억5200만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1억200만원)보다 53배 많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보면, 단순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임원이 과도한 보수를 받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영업실적이 좋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임원의 과다보수를 논하는 경우 자칫하면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에 영업실적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고액연봉을 받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국내 상장사 임원들이 과도한 보수를 받았는지 여부에 검토 또한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오너 회장들이 수십에서 수백억대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2007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대상기업으로서 정부구제기금을 받은 원조액 상위 10대 그룹들이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2007년 자신들의 CEO들에게 지급했던 보수총액은 2억4200만 달러에 달하며 이는 평균 2500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다고 한다.
 

   
▲ 상장사 등기이사 연봉공개는 국민들의 질투와 질시를 부추기고, 관음증을 만족시킬 뿐, 기업가 정신위축 등 국가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제네스시모델.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상장사 등기임원보수를 두고 우리나라만 특히 많으며 성과없이도 과다한 보수를 받는다는 식의 여론형성은 반기업정서만 확대시킬 뿐이다. 이는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2. 임원보수공개 목적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임원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CEO들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함으로써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데 있다. 즉,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마녀사냥식의 보수공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기업임원의 보수공개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실화된 기업의 임원이 과다한 보수를 받은 경우에는 이를 공개하여 주주들이 책임추궁을 하는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영투명성을 제고함은 물론이고 향후 CEO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경영투명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그 동안 등기임원들의 보수(스톡옵션 포함)를 주주총회에서 그 최고한도를 정하도록 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함으로써 주주들이 직접 이사의 보수를 통제할 권한을 갖고 있다 (상법 제388조).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이사의 보수를 이사회가 정하며, 그 기초작업도 이사회 내 보상(보수)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보상위원회가 주주보다는 CEO의 영향력을 더 받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영투명성의 핵심은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 아니다. 현행법상 회계투명성과 관련하여 임원보수액의 지급내용을 누락시키거나 과소계상하는 것은 분식회계와 허위공시에 해당하기 때문에 증권집단소송법의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형사처벌의 대상도 된다. 따라서 굳이 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전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더라도 현행법상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장치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임원보수의 개별공개 문제는 경영투명성이 아닌 경영효율성 차원에서 제도론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3. 보수공개와 프라이버시권
보수공개의 모델이 된 미국증권거래위원회 규정은 주주들에게 보수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부여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보수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미국의 보수공개제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일부 충족시키기는 한다. 그러나 정작 주주들에게 임원보수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는 주지 못하는 실패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주주들이 임원의 보수한도를 승인하는 등의 주주에 의한 임원의 직접적 보수통제가 가능하지만, 임원 개개인의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국민의 알권리는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공개범위와 관련하여 미국도 모든 임원의 개별보수를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연봉 10만달러를 초과하는 상위 3인을 포함한 총 5인의 임원보수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 자본시장법상 임원보수공개는 5억원 이상만 되면 모든 임원 개개인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해 볼 때 공개범위가 과도한 것은 사실이다.  추가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알 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임원 개개인의 보수는 프라이버시이며 동시에 기업의 영업비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 현행법상 주주에 의한 임원의 총보수한도 통제가 주주이익도 보호하면서 임원 개개인의 프라이버시 및 기업의 영업비밀도 보호할 수 있는 우수한 제도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임원보수액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주주이다. 그럼에도 주주가 아닌 일반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임원 개개인의 보수액을 공개하도록 강제한다면 오히려 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헌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기본권으로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다. 반면, 프라이버시권은 일반적으로 사생활을 함부로 공개당하지 아니하고 사생활의 평온과 비밀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홀로 남을 권리, 소극적 개념의 프라이버시권)와 자신에 관한 정보를 관리·통제할 수 있는 권리(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 모두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알권리와 프라이버시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프라이버시권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프라이버시권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업임원의 보수공개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해석상 무리가 있다.

III. 개선방안 및 결어

세계 각국은 기업임원들의 보수를 일정한 범위내에서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공개가 사실상 효력이 있는가에 대하여는 여전히 의문이 발생하며, 특히, 미국의 경우 1930년대부터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였지만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건에서 보듯이 여전히 미국의 보수공개제도는 실패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우리나라와 달리 주주가 임원들의 보수를 전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구제금융대상인 기업들에 대하여 별도로 임원의 보수는 주주들의 승인을 받도록 한 바 있다. 즉, 미국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TARP)의 운영을 위해 제정된 긴급경제안정법(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 EESA)과 미국경제회복과 재투자를 위한 법률(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 ARRA)에서 임원보수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요한다는 것을 구제대상 기업들을 상대로 그 적용을 의무화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도 선제적으로 이사보수를 주주가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기업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것은 과도한 반시장적 입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도 부실기업의 임원이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도한 보수를 받는 일이 발생하였고, 이 또한 앞으로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임원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부실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면, 적자가 발생한 상장사에 한하여 등기임원들의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것이 주주도 보호하고 기업임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기업임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책임경영이 이뤄짐과 동시에 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이를 통한 주주이익증대는 물론이고 국가경제발전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고액 연봉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경영 실적이 좋으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실적이 부진하면 적은 연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