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규모가 156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26개국 중 그림자금융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번째로 크다.

그림자 금융은 복잡한 금융거래 상품을 통해 은행과 유사한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과 달리 엄격한 감독 및 규제를 받지 않는 영역을 가리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3일 "최근 몇 년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특정금전신탁 등을 통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이 늘어나면서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광의의 기준(은행시스템 외부에서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기능을 제공하는 기관 및 상품)을 적용한 우리나라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156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에 157조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신탁계정은 70조원 가량 증가해 전체 그림자 금융의 급증을 이끌었다. 해당 신탁계정 항목에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의 특정금전신탁계정이 모두 포함돼 있다.

협의의 기관 및 상품(증권기관, 여신전문금융회사, 유동화 및 대부사업자 등의 상품)을 보면 기관은 지난해보다 30조원 늘어난 646조원이었고 상품은 57조원 증가한 564조였다.

ABCP가 14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금융공사에서 발행한 주택담보부증권(MBS)과 기타 유동화자산이 각각 12조원과 6조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최근 증권사들은 특정금전신탁 등을 통한 ABCP판매를 늘려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말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 규모는 121조 2107억원에 달한다. 5년 새 70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는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이 간접금융보다 직접금융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동양사태와 같이 대규모 기업집단의 비금융계열사 지원을 위해 금융계열사를 편법 동원하기도 하고 불완전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KT ENS가 대출사기 혐의에 연루되면서 지급 보증한 ABCP의 차환에 실패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올해 처음 100%를 넘어 영국, 미국 등에 이어 조사대상 26개국 중 7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증권사들에 대한 지급결제제도 참여와 기업대출이 허용돼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그림자금융의 부실이 지급결제리스크 등 시스템리스크로 표면화될 가능성도 증대된 만큼 한은은 물론 감독당국 역시 감시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서에서 '그림자금융에 대한 점검 강화'를 금융안정을 위한 5대 핵심과제로 꼽기도 했다. [미디어펜=장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