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5월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심각한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바른정당이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난상토론을 벌인 결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과 3당의 후보 단일화 추진이 결정되면서 이를 반대하는 유 후보 측과 두 동강이 난 형국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공동중앙선대위원장은 25일 의총 결과에 대해 “유승민 후보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도 “다만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고, 후보는 그 과정을 지켜보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상욱 대변인은 “의총에서 유 후보는 3자 후보단일화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라고 반박했다. 유 후보는 일부 의원들이 한국당·국민의당과 단일화를 두고 접촉한 것에 대해 서운함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 양자구도의 가능성을 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지지율이 조정기에 들어간 뒤 재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자구도로 굳어질수록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격차는 4자 또는 양자구도에서 더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일보와 칸타퍼블릭이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양자구도를 가정할 경우 문 후보가 41.4%, 안 후보가 41%로 격차가 0.4%p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유 후보의 지지율이 5%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바른정당 선대위가 공식적으로 3당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심상치 않은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당 내부의 전언에 따르면 이미 탈당파 의원들이 가시화된 것은 물론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국민의당과 한국당을 접촉하며 후보단일화를 타진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승민 후보로서는 단일화를 하더라도 우선 한국당과 보수후보 단일화를 거친 뒤 국민의당과 합치는 순차적 방식의 명분도 갖지 못한 채 후보에서 사퇴해야 할지도 모를 처지에 내몰린 것이다.
 
이를 바른정당 내부 사정으로 따져본다면 당장 대선만이 아니라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장담할 수 없는 지방선거 출마 정치인들과 이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린 지역의원들의 속사정에서 기인한다.

후보단일화 찬성파인 장제원 의원이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 단체장, 시의원, 구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다”고 밝히면서 우회적으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앞으로 3년이 남았지만 1년 뒤에 있을 지방선거는 이번 대선 결과로 좌우되는 만큼 지역의원들이 이 선거에 출마할 광역의원·구의원·시의원 등 지역의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 후보가 당내 절차에 따라 선출됐다고는 하지만 좀처럼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보단일화 등 해결 방안을 모색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란 지지율에서 우위에 있는 후보가 제안해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바른정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번 양강구도를 만들어본 안 후보로서는 또다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을 것이므로 후보단일화 얘기를 쉽게 꺼내지 못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가장 지지율이 낮은 약체 후보측이 단일화 제안을 한 것은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까지 중보보수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안 후보가 호남표에 연연하지 않고 중도보수를 결집시킬 의지를 보여야 한다. 즉,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합리적인 공약까지 일부 수용하면서 집권할 경우 차기 정부에서 통합내각론까지 제시해야 한다.

이날 국민의당은 선거대책위원회를 열어 집권하면 통합내각을 구성하고 안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국민의당에선 총리를 맡지 않기로 하는 등 ‘통합내각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인위적인 연대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런 국민의당 태도는 어정쩡한 것이 사실이다. 후보간 정책 수용과 대안 제시 등 적극적인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이 보수중도 후보 단일화에 적극 나서려면 무엇보다 당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미처 전략이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국민의당의 지지 기반이 호남이므로 절반의 지지율을 담보한 안 후보가 진정 보수와 손잡고 싶다면 보다 적극적인 액션을 취해야 할 것이다. 현재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경우 유 후보는 물론 안 후보와도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TK표가 날라가고, 안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세’를 꺾고 싶다면 남아 있는 기회는 있다. 30일 투표용지 인쇄일을 기해서 후보 단일화할 경우 극적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선거일 전날까지도 후보 단일화는 가능하다. 무엇보다 5월2일 마지막 여론조사가 끝나기 이전까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지 못할 경우 국민의당도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할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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