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난색, '물리적 시간 필요'

박근혜 정부가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즉 4대 악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겠다던 '4대 악(惡)' 보험과 '장애인 연금보험' 등이 출시에 차질을 빚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미래에셋생명·KDB생명 등 3개 보험사는 현재 '장애인전용 연금보험' 개발 중이다.

장애인 연금보험은 장애인 부모가 일찍 사망할 경우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자녀 등 장애인을 위한 보험으로 20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연금을 받는 기간도 5년, 10년으로 정할 수 있다.

또한 이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사업비 부담을 줄여 보험료는 평균 15% 낮추고, 연금수령액은 10~25% 높게 설계된다.

하지만 이 상품은 이달 안에 출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험상품은 통계를 바탕으로 설계되는데 관련 통계가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상품 출시 후 통계를 작성할 방침이라 보험요율 선정 등 많은 과제를 보험업계가 떠앉게 됐다. 

또한 특수계층을 위한 보험이라 가입자가 적어 보험액 규모가 작아질 경우 가입자에게 제대로 됀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마져 든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의 날에 맞춰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다음달에나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애인 연금보험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핵신 공약 중 하나인 '4대 악 척결'과 관련한 보험상품의 출시도 지연되고 있다.

당초 '4대 악 보험'은 현대해상을 통해 지난 3월 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이달 말에나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품은 학교폭력·성폭력·가정폭력·불량 식품 등 4대 악(惡)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보장하는 보험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새롭게 바뀌는 약관 개정 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며 "제대로된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시기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정부가 일정을 무리하게 잡았기 때문에 정책성 보험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상품이 금융당국의 출시 요청에 따라 즉시 판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위험률 등 여러 변수를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런 특성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것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장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