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동양·현대 등 대형사만 인기...중소형사는 자신해산 가능성도

거래대금 급감으로 고사위기에 처한 증권사들이 합종연횡을 꾀하고 있다. 시장은 성장을 멈췄는데 증권사들끼리 제살깍기 경쟁으로 공멸위기에 처했다는 현실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증권사만 1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생각만큼 증권사 인수합병 시장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이 성장은 고사하고 사실상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나온 증권사 매물중 특별히 매력있는 물건이 아니면 아예 사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증권 매각 작업 본격 착수...우리·동양은 새주인 맞아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달들어 매각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매각과정에서 산업은행 인수합병(M&A)부가 직접 주관사로 나선다.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25.9%)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을 포함해 총 36% 정도다. 현대증권이 100%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도 매각대상에 포함된다.

현대증권 매각은 지분 수탁으로 형성된 신탁재산을 담보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의 매각가는 내부와 업계에 따라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 현재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산업은행이나 현대그룹은 현재 유력한 후보가 없다고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증권의 월등한 브랜드 가치만 본다면 충분히 인수자가 나설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뉴시스

현재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산업은행이나 현대그룹은 현재 유력한 후보가 없다고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증권의 월등한 브랜드 가치만 본다면 충분히 인수자가 나설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현대증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업체는 없다"며 "인수하겠다고 제의해오는 회사에게는 언제든지 IPO등 관련 정보를 보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도 "현재 현대증권 매각은 산업은행이 주도 하고 있다"며 "매각 관련 유력한 후보는 우리가 알 수 없다"고 부인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범 현대가인 현대자동차그룹의 HMC 투자증권과 현대중공업 그룹의 하이투자증권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물론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인수를 부인하고 있지만 현대증권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우리투자증권은 NH농협 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실사를 벌이고 있고 동양증권도 대만 유안타 증권의 인수가 확정돼 가격 협상을 앞두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 사려는 사람 없어...금융당국 '당근' 내놔야

이밖에도 현재 매물로 나온 증권사는 이트레이드증권, 애플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한맥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들이 있다.

그러나 매물이 매력적이지 않아서인지 사려는 사람이 없다. 결국 물건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자 스스로 자진 해산하는 증권사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강력한 인센티브를 통해서 증권사들의 합종연횡을 뒷받침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증권업이 극도의 불황에 직면해 있는 만큼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선뜻 사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뉴시스

실제로 지난 19일 애플투자증권의 금융투자업 폐지를 승인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애플투자증권은 그동안 적자가 누적돼 결국 작년 4월 주주총회에서 자진 청산을 결정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증권사가 자진 청산한 것은 지난 2004년 모아증권중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으로 청산한 증권사는 2003년 건설증권과 2004년 모아증권중개 두 곳뿐이다.

결국 시장에서는 현재 62개에 달하는 증권사들이 50개 안팎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와 같은 극한의 경쟁 구도에서는 모든 증권사들이 공멸할 것이므로 경쟁력 있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M&A에 성공하던지 아니면 스스로 자진 해산하는 방법으로 각기 해결 방법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강력한 인센티브를 통해서 증권사들의 합종연횡을 뒷받침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증권업이 극도의 불황에 직면해 있는 만큼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선뜻 사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최근 증권사간 M&A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원금보장형 개인연금신탁의 집합 운용 허용 외에도 IB(종합금융투자회사) 자격 요건 완화, 사모펀드운용업 겸영 허용 등을 제시한 바 있지만 실효성이 약하다는 평가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M&A가 활발해지려면 우선 업계 불황 먼저 해결되야 한다"며 "얼마 전 나온 금융위의 증권사 M&A 촉진방안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많아 증권업계은 한동안 조용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