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채권단은 4일 "동부그룹은 구조조정 의지 없어 보인다"며 "적극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당국과 동부그룹 채권단은 지난 3일 동부그룹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회의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 금융회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동부그룹을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 그룹이 핵심 자산 매각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뉴시스

앞서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메탈, 동부하이텍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도 "강도높은 자구책을 내놓았다"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반(半)년이 다 되가는데도 가시적인 성과가 들어나지 않자 채권단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의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상황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 한진그룹 등의 경우 자산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오너가 경영권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힘을 보태는 데 반해 동부 그룹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권단은 "동부그룹이 오히려 자산 매각 작업을 방해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한다. 산은은 최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묶어 포스코에 인수토로 제안한 바 있다. 동부그룹은 이를 '헐값 매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부 중국 제철소들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측에서 접촉했을 때는 성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헐값매각하면 산은도 채권보장이 안 돼 손해를 볼텐데 싸게 팔아서 이득이 될 게 뭐가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매각 예정인 기업에 풀옵션을 거는 등 매수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조건을 걸어놓으니 잘 안 팔리는 것"이라며 "동부그룹에서 용단을 내려 팔 것은 팔고 살릴 것은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장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