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약속이나 한 듯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규제를 풀어 시장을 부양하는 데 주안점을 뒀던 만큼, 규제 강화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 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자칫 부동산 시장을 침체 늪으로 빠져들게 아니냐 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출규제 등 금융권을 통한 압박은 주택공급 위축은 물론, 정상적인 거래활동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27일 건설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홍준표(자유한국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등 5명의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 방향을 보면 '규제·복지·서민' 등 3개로 요약이 되고, 이 가운에 핵심적인 공통 사항은 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다.

먼저 문 후보와 심 후보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도입해 나머지 세 후보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홍 후보는 금융취약 차주 집중관리로 앞서 두 후보 보다는 완화된 공약을 내놓았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대출규제 강화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은행권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상반된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들이 대출규제 강화를 부동산 정책의 일선에 놓은 이유는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 때문으로 해석된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이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오는 7월까지 완화적용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추가 연장은 어려운 상황. 오히려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후보들의 이 같은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 움직임에 건설사들은 좌불안석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위축으로 주택사업이 사실상 유일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데, 규제가 강화될 경우 주택사업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대선 후보들의 정책 노선이 '규제 강화'에 맞춰지고 있다. 해외 수주전에서 어려움을 겪는 속에서도 주택공급으로 활로를 열어왔던 건설사들은 금융권의 대출 압박 등 카드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해지면서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관련사진=연합뉴스.

한문도 한국부동산학박사회 회장은 "박근혜 정부는 수출 등 부진한 경제상황을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만회한 측면이 많다"며 "후보들의 대출규제 강화 공약이 건설업계를 사지로 내몰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의 상당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 위상 제고를 위해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한 예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와 상품수출·수입이 2~3%대 성장에 그친 반면 건설투자는 10.7%로 유일한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건설투자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끈 셈이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계속해서 높이면 건설사들이 주택공급을 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건설사들의 자금유입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이들의 또 다른 사명인 고용창출도 막힐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수주가 어려워지면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SOC 예산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강화는 건설사들에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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