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물선 침몰...집채만 한 파도에 맞서 긴박한 선원 구조

 
4일 전남 여수 인근 공해상에서 침몰한 화물선의 선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에 맞서 해경이 힘겹게 구조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5시께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남동쪽 40마일(74) 해상.
 
   
▲ 사진출처=뉴스와이 방송 캡처
 
4시간 전 이 곳 인근에서 선박 조난 신호를 받은 해경의 구조 헬기가 구조자를 찾기 위해 바다 위로 야간 조명을 쏘며 날고 있었다.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인 바다는 초속 15~18m의 강한 바람이 불었고 파도의 높이는 3~3.5m나 됐다. 좋지 않은 기상 상태에 수색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잠시 후 시커먼 바다로 작은 불빛 하나가 보였다. 헬기가 다가가 조명을 비추자 전신 부력복을 입은 한 선원이 파도에 몸을 맡긴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식은 있었으나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바닷물에 몇 시간 동안 몸이 잠겨있던 탓에 빠른 구조가 필요했다. 그 순간 집채만 한 파도가 잇따라 선원을 덮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사태가 매우 급하게 돌아가자 해경 구조대원이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높은 파도가 구조 작업을 어렵게 했지만 구조대원이 헬기에서 내린 구명 로프를 선원의 몸에 동여매자 끌어올리기 시작해 발견 7분여만에 구조에 성공했다.
 
이날 침몰한 몽골국적 화물선 '그랜드 포춘1(4300t)'의 첫 구조자였다. 북한 선원으로 확인된 이 남성은 곧바로 제주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50여 분 뒤에는 구명벌(튜브형 구조장비)을 타고 떠 있던 북한 선원 1명이 해경의 고무단정으로 구조됐으며 해경은 오전 712분께 전신 부력복을 입고 표류하고 있던 선원 1명을 더 구조했다.
 
해경 관계자는 "전신 부력복을 입고 표류 중이던 선원들은 심각한 저체온증세를 보였다""구조가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경은 이후 바다에서 시신 2구를 인양했다. 또 나머지 11명의 실종 선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좋지 않은 기상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은 "구조된 선원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으며 이들을 포함한 전체 승선원들의 구체적인 인적사항 등을 확인하고 있다""높은 파고 등 기상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아 사고 화물선을 찾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